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와 관련해 석탄과 철광석 등 북한의 주력 품목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표결 전 니키 헤일리 UN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와 류제이 중국 대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5일(현지시간) 채택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북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실효성이 있는지를 둘러싸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북한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평화적 대화'를 우선순위에 둔 느슨한 제재 이행을 예고한 데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 차단이 제재 수단에서 빠지면서 대북 압박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안보리 제재 결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할 수준은 아니다"고 7일 보도했다.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산하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의 새 조치가 평양에 충분한 압박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보다 완벽한 제재가 있어야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텐데 중국과 러시아가 평양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북한 경제의 3분의1을 무너뜨릴 강도의 이번 안보리 제재 결의가 효과를 높이려면 중국의 엄격한 이행 여부가 관건이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제재가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채 또 하나의 결의를 추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대북 교역을 방조하거나 제재 수준을 조절해 왔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은 무기나 밀 무역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또 다른 수익원이 있으며 대외 공작을 담당하는 사이버부대가 소프트웨어 수탁 개발을 한다는 증언마저 있다"면서 이번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쥐어짜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쑨싱제(孫興傑) 지린(吉林)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지는 미지수"라고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듯 미국 정부는 "중국이 결의안을 '완전하게 지속적으로'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중국을 대놓고 압박했다.그러나 중국은 이번 안보리 제재의 실효가 자국에 달렸다는 안팎의 비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러시아와 공조해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법만을 외치고 있다.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필리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별도로 회담을 하고 "우리는 한반도 긴장 고조를 예방하고 '이중 동결' 제안을 따르는 것, 그리고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을 위한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투트랙' 접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중 동결'이란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 실험을 동결하고 동시에 한국과 미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중국의 제안이다. 러시아도 이 같은 해결 방식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사평을 내놨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성급하고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미국을 겨냥해 서구권 국가가 비서구권에 종종 불필요한 도덕적 우월주의를 갖곤 하는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오만함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지속하는 데 대한 책임을 미국으로 돌렸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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