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원로 민중화가 신학철 화백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지난달 31일 출범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2)과 원로 민중화가 신학철 화백(73)이 공동위원장이다. 문체부 공무원 네 명, 예술인·법조인 등 민간 전문가 열여섯 명과 함께 블랙리스트 사태의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한다. 정책 수립을 위한 백서도 발간한다. 조영선 변호사가 진상조사소위,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이 제도개선소위, 김미도 연극평론가가 백서발간소위 위원장이다. 도 장관은 "새 정부의 적폐청산 첫 과제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이라며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는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과 특별검사팀의 조사가 있었으며, 문체부에서 '문제사업 재점검·검증 특별전담팀'을 만들어 자체 조사도 했다.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난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는 444건.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374건)보다 일흔 건 늘었다. 진상조사위가 이보다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조사하는 주체가 예술인이라는 점을 근거로 실체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조사권의 실효성이 미약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전 정부 청와대, 국가정보원 등의 조사에서 예상되는 걸림돌을 넘을 방법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블랙리스트 사건의 조사를 지시했다는 것이 실효성을 담보한다고 본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실효성이 보완되더라도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질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붙는다. 진상조사위에 합류한 민간위원 대부분이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은 "내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자다. 내 진술을 토대로도 충분히 부역 가담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한 문화관계자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을 조사해 진상을 밝힌다는 접근부터 문제가 있다"고 했다. "피해자가 주체가 된 조사는 감정적으로 흐를 여지가 높다.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은 사실이나, 이른바 '카더라'를 걸러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직 구성도 편향적이지만, 그동안 거의 밝혀내지 못한 체육계의 적폐와 차별이 빠졌다"며 "일부 예술인들이 화이트리스트로 대두되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도 장관은 "블랙리스트도 화이트리스트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정권의 성격이나 이념을 잣대로 누군가를 배제하는 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활동이 중요하다"고 했다.당찬 포부와 달리 예술계의 기대는 한풀 꺾여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로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의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석방됐다. 도 장관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예술인이나 국민은 특검의 구형과 차이가 많이 나는 형량에 불만이 많이 있는 걸로 안다. 저도 예술인으로서 공감한다"고 했다. 조영선 위원장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 다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제도개선이라는 행정적 목적에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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