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가 욕먹는 까닭 7가지]⑥⑦ 악사 슈퍼맨과 위안부 러브라인, 그리고…

(스포 주의)#6.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이 군함도 슈퍼맨

영화 '군함도'에서 소희 역을 맡아 열연한 김수안.

뭔가 착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합류해, 스토리의 중심을 통과하는 주인공의 설정은 영화가 자주 쓰는 클리셰이기도 하다.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의 감초 역할과 빼어난 연기는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하고, 감성적 코드를 이어가는 핵심이다. 아빠를 따라왔다가 졸지에 위안부 자리에 앉게 된 소녀의 설정은 다소 불편한 이야기로 진행될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다채로운 연기력과 울고 웃기는 표정으로 배역에 생기를 더했다. 군함도 내에서 가장 요령 좋은 능력자로 활약하게 되는 이강옥을 마치 접신한듯 풀어낸 황정민의 내공 또한 눈부셨다.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그런데, 문제는 황정민의 캐퍼가 광복군 요원 박무영(송중기)의 실력과 합쳐지면서 거의 슈퍼맨처럼 활약하는 상황이, 이 영화를 '오락예능'에 가깝게 만든다는 점에 불만을 지니는 이도 있다. 그의 정보력과 행동력, 뇌물을 쥐여주는 섭외력과 때론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상황 예측력, 거기에다 엑소더스 고공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모세 뺨치는 결단의 리더십까지. 하기야 광복군 측이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를 일본 정보당국도 몰랐던 사이에 이미 꿰뚫고 있는 '놀라운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는 점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약과일지 모르겠다. 이강옥이 딸 소희에게 노래(희망가)를 부탁하며 눈을 감는 장면의 페이소스는 막판 대중적 흡인력을 극대화시킨 장치임엔 틀림없다.

영화 '군함도' 스틸 컷

#7. 류감독이 너무 힘을 줬다?중국에서 위안부를 전전하다가 군함도로 건너온 말년(이정현)과 경성 최고의 주먹인 칠성(소지섭)은 군함도에서 위안부와 탄광노동자로 생활하지만, 서로에게 연민을 느낀다. 원래는 유곽에서 말년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장면은 편집됐다) 칠성이 빨래터를 지나며 그녀에게 슬쩍 과일을 던져주는 장면은, 이들 러브라인에 대한 놓칠 수 없는 암시였다.

영화 '군함도'의 폭력배 칠성(소지섭)과 위안부 말년(이정현).

그런데 대전투가 시작되자, 말년은 5kg이 되는 총을 들고 싸웠다. 위안부가 갑자기 전사로 변신하는 것은 좀 낯설 수 밖에 없었다. 총을 맞고 쓰러진 말년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그녀와 함께 전장에서 죽어가는 모습은, '팬터지'를 뿜어내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들의 사랑이 영화 '군함도'를 꽉 채울 순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순애보처럼 등장한 이 장면은 영화의 정체성을 물어보게 하는 측면이 있다.

'군함도'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송중기의 박무영 역은 눈빛이 좀더 무겁고 진지해졌다는 것을 빼면 '태양의 후예' 유시진대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는 지적이 있다. 그의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 군함도 탈출이라는 거대한 작전을 구상하는데에는 적절했다는 평가다.다만 이렇게 이미 검증된 스토리들의 '흥행요소'를 제대로 풀어놓고자 하는 감독의 욕심과 강박이 오히려 영화의 맛과 재미를 줄였다는 혹평도 있다. 길고 어지러워졌다는 것이다. CJ E&M의 지원사격을 받고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에 이정현과 아역 김수안이 출격한 당대의 '역작(力作)'에서, 정작 류승완 감독이 발휘했어야할 미덕은 그 힘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빼는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지적들은 그래서 귀에 쏙 들어온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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