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재계 만남 첫날]'화기애애·아슬아슬'…할말 하고 경청했다(종합)

文 대통령, 일자리 창출·상생협력 주문재계, 사드·신고리 중단 어려움 등 토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한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이설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하면서도 아슬아슬했다. 청와대의 의도대로 부드러운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기업인들은 평소 정부에 바라던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27일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처음 열린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 상생협력 방안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한 항의까지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찾은 기업인들에게 맞춤형 대화를 시도하며 격의 없이 소통했다.문 대통령이 이틀로 나눠 진행하는 기업인과의 만남 중 첫째 날인 이날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함께 했다. '호프미팅'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친(親)기업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이날 오후 6시부터 20여분간 진행된 '호프미팅'에서 문 대통령은 "기업이 잘 돼야 경제가 잘 된다. 국민경제를 (다들)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면서 친밀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박용만 회장에게 "지난주에 손자를 보셨다고 들었다"며 "손자, 손녀가 아들·딸하고 또 다르죠?"라고 말하자 주위에선 웃음이 터졌다. 그러면서 "번번이 (청와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문 대통령은 중견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함영준 회장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며 오뚜기의 낮은 비정규직 비율, 사회공헌 활동, 상속세 납부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한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또 탈(脫)원전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태양광 에너지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의 금춘수 부회장에게 문 대통령은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던데요"라며 우리나라의 태양광 여건 등을 물었다. 금 부회장은 "정부가 지원해줘 힘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문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피자를 선물해서 '피자 CEO'로 알려진 구본준 부회장과는 피자 이야기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피자를 돌리고 나면 직원들이 좋아한다는 말에 문 대통령은 "우리도 (청와대 직원들에게) 피자를 돌리자"고 말했다.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는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판씩 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대한국 무역 적자 품목으로 지목한 철강 산업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이에 권오준 회장은 "당분간 미국에 보내는(수출) 거는 포기했다"며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대책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질 못해서 고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박정원 회장은 최근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거론했다. 박 회장은 "만약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정원 회장은 이어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원전 건설 중단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야외에서 '호프미팅'을 끝내고 상춘재 안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특정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기업에 주문을 하지 않고 주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은 예정보다 두 배 이상 길어진 160분 가량 진행됐다. 재계 대표로 마무리 발언에 나선 손경식 회장은 "오늘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이설 기자 sseo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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