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현대차 협력사 붕괴위기]협력사 500곳 '한계상황'…車생산 네트워크 무너진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기하영 기자]지난 3월 시작된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이 500여개의 현대기아차 협력사들을 강타하고 있다. 1·2·3차 협력사는 사드 보복의 후폭풍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부품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자칫 우리 기업들이 10년 넘게 중국 시장에서 구축한 자동차 생산 네트워크의 도미노식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5일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중국한국상회가 발표한 중국진출 한국기업 경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차·자동차부품업체 15곳를 대상으로 한 자동차업종의 2분기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33을 기록했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전망을 밝게 보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자동차업종의 BSI는 21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균(73)보다 낮으며 사드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유통(5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부문별로는 영업환경(17)이 가장 나빴으며 현지판매(27), 매출(37)이 매우 낮은 수준인 반면에 설비투자(83)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현대기아차 협력사 실적 타격 =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 판매가 43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6.7%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올 1~2월만 해도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사드 이슈가 본격화된 3월부터 급감했다.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 충격은 고스란히 협력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대중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총 15억6938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2% 감소했다. 이중 대부분이 협력사들이 국내에서 생산해 현대기아차 중국 공장에 납품한 것이다. 현지 진출한 협력사들의 실적 부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기아차 주요 협력사들의 2분기 실적이 50% 이상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대기아차의 주요 협력사인 성우하이텍과 평화정공의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57.3%, 55.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가 약 1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4% 급감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자동차ㆍ부품 업체가 중국서 2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자동차 생산 네트워크 붕괴 직전 = 사드 여파가 길어지면 버티지 못하고 부도가 나는 업체들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돼 현지에 구축한 한국 자동차 생산 네트워크가 일시에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이슈 이후 현대기아차의 가동률이 30~40%로 떨어졌으며 협력사들은 그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라며 "대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사업 다각화 등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협력사는 사업 구조도 다변화돼 있지 않고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도 열악한 상황이어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의 위기가 한국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차의 중국 점유율은 2009년 7.9%에서 2014년 9.0%까지 상승했다가 2015년 7.9%로 떨어졌다. 이어 지난해 7.4%로 하락하더니 사드 여파로 올해 1∼5월 4.0%까지 급감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올해 5월까지 미국ㆍ중국ㆍ서유럽 등 3대 자동차 시장의 한국차 점유율은 지난해 7.1%에서 5.8%까지 떨어졌다. 6%대가 무너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기아차 협력사 지원에도 역부족 호소 = 현대기아차는 생산 네트워크 붕괴를 막기 위해 협력사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지 협력사 경영상황과 미지급 대금 집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사 자금 유동성 확보와 관련해 자체 대응에 한계가 있는 협력사 67개사의 국내 본사 대상으로 긴급 자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자금 지원 방안은 2500여억원 규모의 협력사 금형 투자비 일시불 지급, 800여억원 규모의 동반상생펀드 추가 출연 등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사드 이슈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협력사들이 부도 위기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사드 이슈 해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드 이슈의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에 구축한 한국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 네트워크가 무너진다면 국가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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