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 기념으로 1970년대에 발행된 '제8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박정희 우표는 지난해 4월 구미시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박종수 구미시 문화관광담당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는 해마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더 많은 사람이 생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관광객들에게 손에 쥐고 갈 수 있는 기념품이 필요할 것 같아 고민하다가 기념우표 발행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정본부는 그해 5월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열고 참석한 위원 9명의 전원일치로 발행을 결정했다. 심의위는 문화예술계, 학계, 과학계, 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 17명의 위원으로 운영된다.하지만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우표발행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돼 왔다. 구미참여연대, 민주노총 구미지부, 구미기독교청년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의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미시와 경북도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박정희 100년 사업'은 이미 지역에서 수많은 반발에 부딪히고 전 국민적 조롱의 대상이 됐다"면서 "반발의 주된 이유는 독재자를 미화·우상화하는 사업의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다.우표발행심의위원회 명단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 속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박정희 우표 발행은 시민사회는 물론 우정본부 내부에서도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우정본부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으므로 기념우표 소재로 적당하지 않다"고 밝혔다.노조는 성명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으로 발생할 우정사업의 이미지 훼손과 종사원들의 자존감 상실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며 "이 우표 발행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우정본부의 변화가 없을 시 전면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이렇게 주장했던 근거는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의 관련 규정이다.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의 경우 기념우표를 발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논란 끝에 우본은 우표 발행을 재검토하기 위한 심의위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고 오늘과 같은 결론이 났다.일부 보수단체들은 "박정희 우표 발행 계획 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4일 미래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정희 대통령 우표 발행 여부에 따라 이 정권이 보수와 함께 할 것인지, 진보 혼자서 할 것인지 결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남유진 구미시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피켓을 들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국가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기념 우표 발행을 두고 정치적 이견을 내는 것은 편 가르기일 뿐"이라며 우표 발행 촉구 1인 시위를 벌였다.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