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경제학]오를 땐 '광속' 내릴 땐 '저속' 기름값의 비밀(종합)

고정 유류세와 주유소 가격 결정구조에 원인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 반영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지난해 1~2월처럼 초저유가 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 휘발유 가격 하락 속도는 국가유가가 떨어지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유가가 높았던 지난 2월 3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55.08달러였다. 6월 23일에 두바이유는 배럴당 46.19달러로 당시보다 16%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판매가는 4.2%(1516.95원→1452.03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국제유가보다 휘발유 가격은 왜 천천히 하락하는 걸까. 유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부과되는 세금과 주유소의 가격 결정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휘발유에는 60% 정도 세금이 부과된다. 유류세는 유가와 관계없이 고정돼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0원까지 떨어지더라도 정해진 세금은 내야하기 때문에 최소 주유소에서 사는 휘발유 값은 900원을 넘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유소들의 가격 결정 구조도 기름값 하락 체감 속도를 늦춘다.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가를 원가로 삼아 가격을 결정한다. 주유소들은 각 주유소에 휘발유, 등유, 경유 저장탱크를 갖고 있다. 한 달에 두 세 차례 석유 제품을 사서 소비자에게 판다. 주유소들은 석유제품이 쌀 때 정유사로부터 판매할 기름을 사놓고, 비쌀 때 소비자에게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려고 한다. 여기서 유가 하락 속도와 휘발유 값 하락 속도 간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2주일 전에 비싸게 산 휘발유의 재고가 많이 남아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정유사가 휘발유 값을 그 당시보다 내리더라도, 주유소는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최종 가격을 선뜻 떨어뜨리긴 어렵다. 비싸게 사서 저렴하게 팔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도 비싸게 산 휘발유를 모두 팔 때까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가가 오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정유사로부터 싸게 산 휘발유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한시라도 가격을 빨리 올려야 '남는장사'다. 이 때문에 기름값이 오를 때와 내릴 때 속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한편 국내 정유사들의 주유소 공급가격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가격을 반영해야하므로 임의로 가격을 결정할수 없다는 게 정유사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싱가포르 국제시장 가격은 국제유가의 큰 흐름은 따라가긴 하지만, 수요와 공급까지 고려해야하므로 즉각 영향을 받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