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카타르 단교도?…러시아 향하는 '해킹 의혹'

FBI, 단교 촉발 가짜뉴스 배후에 러시아 있는 것으로 판단알자지라 방송과 국영언론에 지속 해킹 시도…러 "우리 아냐" 부인 사우디 등 아랍국, 카타르와 연계된 테러집단 명단 공개하며 압박카타르는 봉쇄조치 굴복 않겠다며 강경대응 입장

아랍 국가들의 단교 선언으로 혼란에 빠진 카타르 도하에서 7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아랍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를 촉발한 '가짜뉴스'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면서 이번 사태가 중동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로 미국은 물론 국제 사회가 들썩이는 상황에 중동 사태 개입마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카타르 단교로 이어진 최근의 중동 국가들 간 갈등이 러시아 해커들의 손에서 시작됐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FBI는 이 해커들의 고용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 등에 이들이카타르 정부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걸프 지역 최대 위기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확산해 중동 국가들 간 균열을 내고 미국과의 관계에도 흠집을 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해커들을 직접 고용하진 않았더라도 이들의 활동에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카타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국가들의 단교 선언이 이어지자 FBI에 가짜뉴스 유포와 관련한 조사를 의뢰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달 23일 카타르의 국영뉴스통신사 QNA가 내보낸 것으로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이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인 걸프 지역 국가들은 즉각 이에 반발했고 결국 카타르에 대한 단교를 선언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카타르는 특정 세력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를 해킹한 뒤 가짜 뉴스를 작성해 유포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중동 사태에 대한 시선이 크렘린궁으로 향하자 러시아는 즉각 배후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CNN방송을 비롯해 주요 언론이 러시아 개입설에 무게를 싣는 보도를 내보내자 "또 다른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개입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날 카타르 주요 언론에 대한 대규모 해킹 공격이 또 다시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카타르 정부가 지원하는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용자와 시스템, 소셜 미디어 플랫폼 등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시도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카타르 국영방송도 같은날 해킹에 노출돼 웹사이트를 잠정 폐쇄했다.단교로 대치 중인 아랍 9개국과 카타르는 양측 모두 강경대응을 선언하며 사태가 장기화 할 것임을 예고했다. 단교 사태를 주도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 4개국은 9일 카타르와 연계된 테러집단 12곳과 개인 5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카타르의 지원을 받는 자선 단체 카타르 채리티와 바레인에서 활동하는 시아파 무장단체 등이 포함됐다. 사우디 포함 4개국은 "이들이 카타르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으며, 카타르의 양면 정책을 암시하는 의심스러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카타르가 테러리즘과 전투를 벌인다고 공언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테러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카타르에 이란과의 단교와 알자지라 보도 통제 등을 포함한 10대 요구안도 제시했다. 아랍 국가들의 전방위적인 봉쇄 조치에 카타르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며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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