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성공단기업 '금리폭탄'

지난 정부 일방적 중단에 생산설비·완제품 놓고 내려왔는데…시중은행들, 기업신용 떨어졌다며 3월부터 대출금리 3~4배 인상

한 개성공단기업의 임대 공장 모습. 개성공단 중단 1년 4개월, 멈춰선 공장 생산 라인이 스산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생산기반을 잃고 헤매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대출 금리 '폭탄'까지 떠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가 강하지만, 관련 기업의 생존은 천길단애에 올라섰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7일 개성공단기업 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중단 1년 4개월이 지나면서 입주 기업의 30% 이상이 3~4배의 대출 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들이 기존에 부담하던 3~4% 금리가 8~12%까지 올랐다. 진글라이더라는 패러글라이더 생산업체의 경우 A은행에서 빌린 8억원의 대출 만기가 지난달 도래하자 12%의 금리를 요구받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기존 금리는 4%대였다. 송진석 대표는 "연매출 150억원, 영업이익이 15%대를 유지하던 기업이었다"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해 한 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해서 3배가 넘는 금리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은행의 금리 인상 사유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신용도 하락이다. 악화된 지난해 실적을 반영하는 올해 3월부터 시중은행들이 만기 대출의 금리 인상을 일제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설비 투자 금액과 거래처 등의 손해를 만회하지 못한 상황에서 3~4배에 이르는 금리 인상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재기를 노리는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높은 금리는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의류 OEM 생산 전문업체 나인모드 역시 마찬가지다. 나인모드는 지난해 개성공단 중단 이후 베트남에 새롭게 공장을 임대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달 B은행으로부터 3%의 기존 금리를 9%까지 올려야 대출 상환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몇십억을 투자한 개성공단 공장과 설비 손해를 극복하는 것이 1년만에 가능하겠느냐"며 "10% 안팎의 고금리를 견딜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사업 존폐 기로에 서있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입주기업의 50% 이상이 고금리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에 앞서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할 과제"라고 전했다.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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