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증세, 소득세 실효세율 인상으로 가닥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 "법인세 인상은 신중해야"韓 소득세 실효세율 OECD 평균 절반 수준면세자 비중 줄이는 방안…근로소득공제 상한 '만지작'"소득 전 구간에서 실효세율 증대 고려해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가 5월 23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광화문 예금보험공사에 출근, 기자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늘려야 하는 일자리와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 중 우선순위로 소득세 실효세율 증대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주목받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와 맞지 않아 당장 추진하기에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재정예산 전문가로 꼽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강조하면서 세제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그는 지난 21일 후보자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증세라고 하면 법인세 인상을 많이 생각하는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23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에 따르면 우선 하반기 집행 목표인 10조원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은 최근 호조세를 보이는 세수(세계잉여금)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정부가 확보 중인 추경 재원은 7조원이 넘는다. 1분기 국세 수입은 69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9000억원 더 걷혔고, 지난해 세계잉여금(6조920억원) 중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정산과 채무상환으로 사용된 금액(4조9735억원)을 제외하고 올해 이월된 금액도 1조1186억원에 달해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다만 내년에도 세수 호조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어 5년간 178조원에 달하는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재원 마련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기적으로 김 후보자가 취임 즉시 관련 작업에 착수해야 통상 오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에 이러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가 5월 23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광화문 예금보험공사에 출근, 기자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김 후보자는 현 소득세 체계에서 실효세율이 상당히 낮다는 점에 주목한다.우리나라는 거의 전 소득구간에 걸쳐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수입 비율은 2013년 기준 3.7%로 OECD 회원국 평균(8.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2014년 세제 개편 이후 근로소득세 대상자의 48%에 달하는 면세자 비중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소득수준별 세부담 평가와 발전방향' 보고서를 보면 독신자의 경우 소득 1400만원(평균 임금의 35%) 이하, 4인 가구는 3000만원(평균 임금의 75%) 이하면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는다.근로소득공제 등 각종 공제를 적용해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부양가족이 1명 늘면 세금을 면제받는 소득기준을 500만~600만원가량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공제를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선택지로는 근로소득공제 상한 제한과 특별공제 축소, 명목세율 인상 등이 고려되고 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추정한 결과 근로소득공제 상한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면 세수입은 17.7%포인트 늘며, 소득 1억원 초과 구간에서 실효세율이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500만원으로 제한할 시에는 소득 4000만원 이상 구간의 실효세율이 2.3~2.4%포인트 오르게 된다.특별공제 축소는 신용카드 사용액, 교육비 등에 대한 공제를 줄이는 방식이다. 명목세율 인상은 소득구간별 세율을 높이는 방안인데 최저세율(6%)을 포함해 모든 세율을 높이는 것보다 고소득·중산층 위주로 세율을 올리는 것이 유력하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든 구간에서의 실효세율 증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려 면세자를 우선 줄여야 한다”며 “고소득층 세 부담 인상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쉽지만 나중에 저소득층 세 부담을 올리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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