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중일 관계 미묘한 변화…日 정상 셔틀외교·AIIB 가입 의사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과 일본 관계가 심상찮다. 일본이 구애하고 중국이 화답하는 모양새다. 전통적 앙숙인 중·일 관계에 뜻하지 않은 훈풍이 부는 것에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중국과 밀월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이 참여 의사를 내비친 것도 미·중 간 역학 관계를 의식한 전략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란 시각이다.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7일 "중국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일본 측 대표가 AIIB 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중국에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간주할 만하다고 보도했다.베이징을 방문한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얼마나 빨리 참여를 결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일본이 AIIB 가입을 준비 중임을 내비쳤다.일대일로 같은 인프라 투자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주도로 설립한 AIIB에는 전 세계 7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미국과 일본만 불참한 상태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AIIB를 활용하고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하면서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친서에서 양국 수뇌가 상호 방문하는 것을 염두에 둔 '셔틀외교'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일회성 방문 대신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호 방문하자는 것이다.일본 정부가 중국에 관계 개선의 '러브콜'을 보낸 것은 크게 3가지 원인이 작용했다는 게 환구시보의 분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가 안정기에 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AIIB의 대항마 성격이 짙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으며 AIIB와 일대일로에 대한 유럽 등 서방국의 태도 변화 때문에 일본이 외교적 고립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롄더구이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센터 부주임은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AIIB가 순항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AIIB에 대한 입장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이슈와 경제 문제를 놓고 협력하는 한 일본은 중국에 대한 정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텅젠췬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홍콩 성도일보에 "아베 총리가 최근 미·중 관계 개선에 따라 대중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의 상호 교류가 활발할 텐데 이는 미·중 관계 완화에 따른 하나의 부산물"이라고 분석했다.그는 "중국과 일본은 원래 지난 2012년 국교 정상화 40주년 기념식을 거행할 예정이었다"면서 "그러나 일본이 갑자기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하면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양국은 올해 국교 정상화 45주년과 내년의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기념식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는 앞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그럼에도 중·일 양국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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