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앞길에 조기총선 변수EU와 협상에서 英 단결 중요하다는 판단집권 보수당 지지율 상승에 승부수 던진 메이노동당 등 야당, 총선 지지 속내 제각각
▲'조기총선 실시' 발표를 앞두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어느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유럽연합(EU) 탈퇴'라는 길을 가고 있는 영국 앞에 조기총선이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 협상의 총대를 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8일(현지시간) 과감하게 조기총선 카드를 던졌다. EU 없는 영국을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이며 안팎에서 제동이 걸린 브렉시트 협상의 추진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승부수는 예상됐던 시나리오가 아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해 총리 자리에 오른 메이는 지속적으로 조기 총선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영국이 하나로 단결해야 할 시기에 정치적 계산에 따른 섣부른 선거가 브렉시트에 따른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메이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에서 6월 8일 총선 실시 방침을 밝힌 뒤 영국 최대 민간방송 ITV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결정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부활절 직전 남편과 함께 웨일스에서 몇일 간 휴가를 보내면서 깊게 고민했고 영국의 안정을 위해서 총선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1~2주 사이 총리의 마음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전했다. 조기총선 아이디어는 메이 내각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 측근들끼리만 공유됐다. 엠버 러드 내무장관·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등은 모두 18일 아침 총리와 개별 미팅을 갖고 조기총선 방침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이른 총선이 영국의 앞날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지만 영국 언론들과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기총선이 몰고 올수 있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면서 "EU와의 협상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영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 총선 시기가 2022년으로 2년 미뤄지면서 EU와 이혼한 영국이 현재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적 적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 투자자들 역시 총선 실시를 영국을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의 기회가 될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메이 총리의 발표 이후 파운드화 매수세가 몰리면서 파운드 가치는 달러대비 2.7% 급등한 1.2905달러까지 올랐다. 통화강세의 영향을 받아 수출주 비중이 큰 영국 FTSE100 지수는 2.5% 하락했다.
▲밖에서 바라본 영국 의회의 모습(사진=EPA연합뉴스)
메이 총리가 이른 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집권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반영됐다. 보수당은 하원 650석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330석을 가지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을 포함해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이민 등 다양한 정책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변이 없는 한 6월 총선에서 보수당은 지금보다 의석수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ICM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46%의 지지율을 기록, 노동당 25%와 자유민주당 11%를 크게 앞서고 있다. 조기총선안은 19일 하원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를 포함한 야당들이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조기총선에 찬성하고 있는 야당들의 속내는 제각각이다.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에 총선 전 TV 토론을 제안하면서 "메이는 당당히 나와 리더십에 대한 검증을 받아라. 영국 국민과 민주주의는 이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반대해온 영국 자유민주당의 팀 파론 대표는 "이번 총선을 하드 브렉시트를 중단하고 메이 총리을 독단을 멈추게 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이번 선거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총선에서 보수당이 현재보다 의석수를 많이 늘리지 못할 경우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이며 최악의 경우 야당의 연대, 보수당의 과반 의석 확보 실패 등으로 이어질 경우 영국과 유럽은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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