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은 정말 골칫거리일까. 반(反)이민 행정명령, 트럼프 케어, 러시아 스캔들 등 취임 100일이 다되도록 뭣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은 자신에게 쏠리던 부정적인 시선을 돌려세울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 주고 있다. 미국내 여론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연일 비판한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국 인근으로 이동 중이라는 기사를 홈페이지 제일 상단에 올렸다. 미국내 판매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아시아판에 항모전단의 한국 행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세계적인 정론지로 평가 받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아시아판 역시 같은 날 동일한 내용을 1면 톱기사로 배치했다. 이런 변화는 지난주 미 NBC 방송이 거물 앵커를 한국의 오산 미군기지에 보내 생방송으로 주한미군의 전투 준비 태세를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언론이 나서기 시작하면 정부는 움직이기 마련이다. 상황판단이 빠른 사업가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매우 화가 났다"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 "인류의 문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인터뷰 등을 통해 특유의 화술로 북한에 대한 경고를 내놓던 상황은 이미 과거의 것이다. 변화의 힌트는 트럼프대통령이 내놓은 시리아 미사일 공격 이유에서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화학무기로 사경을 헤매는 아이의 사진을 공격 계기로 밝혔다. 언론이 판을 깔아줬으니 누구도 시리아 공격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임을 직감했을 게다. 실제로 시리아 공격을 지지한다는 미국인의 비율은 51%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35% 보다도 높았다. 여론의 변화를 파악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뒤로 물러설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국정은 물론 세계 정세를 주도할 모처럼 얻은 기회가 아닌가. 그는 정책에는 동맹보다는 '아메리칸 퍼스트'가 앞선다. 언제든 공격 명령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부가 믿음을 주지 못하니 해외 언론의 시선으로 북핵 사태의 심각성을 접하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통일부 대변인의 견해에 달린 비난의 댓글만 봐도 정부의 판단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4월 북폭설'이 괜히 나도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우려는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 하지만 타성에 젖은 낙관론 역시 경계해야 한다. 지금 북미 대립을 이끄는 이들은 우리가 과거 보던 지도자들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당장 우리 집의 비상 계획부터 짜둬야겠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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