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P-플랜' 돌입땐 대손충당금은 얼마?

시중은행 충당금 비율 놓고 '오리무중'…법정관리 틀이지만 회생전제로한 초고속 구조조정 프로그램...국내 첫 도입해 시중은행 기준 없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대우조선해양 'P플랜(Pre-packaged planㆍ사전회생계획제도)' 적용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를 놓고 시중은행들이 혼란에 빠졌다. P플랜은 법정관리 형태지만 회생을 목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만큼 충당금 적립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정부가 마련한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시중은행들이 '플랜B'를 준비중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약 3800억원. 전체 채무조정 대상 회사채의 30%다. 국민연금이 찬성해야 시중은행과 사채권자의 채무조정을 전제로 국책은행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조정안이 진행될 수 있다. 국민연금과의 합의가 불발되면 대우조선해양은 곧바로 플랜B에 해당되는 P-플랜이 적용된다. 문제는 이때 시중은행들이 쌓아야 할 '버퍼'인 대손충당금 규모다. 은행은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에 따라 '정상'(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 0.85% 이상),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 의문'(50% 이상), '추정 손실'(100%)의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통상 법정관리는 '추정손실'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100% 쌓지만 전례가 없는 P플랜은 현재 이렇다할 규정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우조선해양에 익스포져(무담보대출ㆍ선수금환급보증 포함)를 갖고 있는 농협(8700억), 하나(7700억), 국민(5500억), 신한(3200억), 우리(2000억) 등 주요 채권은행들은 P플랜 도입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에 대해 구체적인 규모를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P플랜 도입시 손실 규모에 대해 (당국에서) 명확히 제시한 것이 없다보니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충당금 규모를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대우조선해양 관련 충당금을 더 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요주의 수준에서 비율 적립이 더 이뤄질 것"이라면서 "다만 아직은 가정인 P-플랜에 대비해 정확한 충당금 비율 자체가 합의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는 "고정으로 단계를 올려야 한다는 논의도 있지만 단독행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금융당국 및 다른 은행들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P-플랜은 법정관리 형태라는 점에서 충당금을 100% 쌓아야 하는게 원칙이다. 하지만 회생을 염두에 두고 3개월 만에 신속하게 이뤄지는 '초단기 법정관리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법정관리와 결이 다르다. 그렇다고 대손충당금 규모를 요주의 수준으로만 관리하는 것도 문제다. P-플랜 돌입시 쏟아질 수 있는 RG콜(선수금환급청구) 규모에 대비하기 쉽지 않다. 선박 발주처가 P-플랜을 법정관리로 판단, 선박 건조를 취소하고 선수금 반환을 요구하면 말그대로 속수무책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익스포져가 있는 농협ㆍ하나ㆍ국민ㆍ신한ㆍ우리ㆍ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은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내리고 총 3000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만약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보고 법정관리에 준하는 100%를 쌓는다면 지금보다 2조4000억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생사의 키를 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의 채무재조정안 동의 여부는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다음달 17일 결정된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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