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면 비로소 채워진다

이한나 · Untitled · 2014 · Oil on canvas · 80.3×100.0㎝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갤러리 블랭크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미니멀리즘(Minimalism)’ 테마의 첫 번째 기획 전시로 ‘Untitled: 무제 전展’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이한나 작가의 회화와 사진작품 17점이 공개된다. 모더니즘과 함께 1960년대 후반 시각 예술 분야에 출현한 미니멀리즘은 많은 작가들로부터 실험되었고, 시각적 단순함을 넘어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비워진 공간에서 단순한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이른바 ‘미니멀 라이프’가 각광받는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본질적인 것을 붙들고자 하는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작가가 미니멀한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것도 순수한 형태와 색채가 주는 위안 때문이다. 일상의 빛으로부터 파생된 색과 공간이 만들어낸 최소한의 형태는 절제된 조형미를 발산한다.

이한나 · Untitled · 2017 · Pigment print · 29.7×21.0㎝

작가는 포착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것을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거르고 지워낸다. 완성된 작품에는 관념 속 공간과 실재의 공간이 혼재한다. 색면으로 표현된 비워진 공간은 정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그라데이션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고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작가는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애쓰며 그것을 성실하게 표현한다. 관람객은 미니멀한 화면을 통해 진정한 리얼리티를 찾을 수 있다. 한편, 갤러리 블랭크는 2012년 3월 개관한 순수예술 온라인 갤러리로, 새로운 형식의 대안 공간으로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 전시서문, 작업노트, 인터뷰, 에피소드 등의 콘텐츠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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