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도입하면 10대 기업 중 네 곳은 헤지펀드 편 이사 선임 가능칼아이칸, 엘리엇 선호이사 1인 포함시켜 시세차익 실현 후 먹튀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 시 헤지펀드 등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이사회 장악이 수월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4일 '감사위원 분리선출·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회 구성 주요 기업의 시뮬레이션'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을 반대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한 명을 무조건 이사회에 포진할 수 있는 기업은 10대 기업 중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은 이사 선임에 있어 외국기관이 연합할 경우 이들이 선호하는 이사 최소 1인을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과거 칼 아이칸 사태 등을 들어 헤지펀드가 이사회에 이사 1인을 포함시켜 문제를 발생시킨 전례를 들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칼 아이칸은 다른 헤지펀드와 연합해 KT&G 주식 6.59% 매입했다. 당시 KT&G는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었고 칼 아이칸은 이를 악용해 헤지펀드 측 사외이사 1인을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칼 아이칸은 KT&G에 장기사업을 위해 가지고 있던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인 한국인삼 공사의 기업공개 등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 2조8000억 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했다. 칼 아이칸은 12월 주식매각 차익 1358억과 배당금 124억 등 1482억 차익을 내고 떠났다. 한편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2012년 미국의 우량기업인 BMC소프트웨어 지분 9%를 취득 한 후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며 이사 10인 중 2인을 자기사람으로 교체했다. 이를 발판으로 엘리엇은 끈질기게 회사 매각을 요구했고 결국 BMC소프트웨어는 2013년에 사모펀드로 넘어갔고 엘리엇은 시세차익을 얻고 떠나는 전형적인 먹튀 사례를 보여준 바 있다.이에 대해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과거에는 헤지펀드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이사회 과반수를 장악한 후 핵심 자산을 매각하여 단기 이익을 극대화 하는 기업사냥꾼이란 인식이 강했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대상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지분만을 확보하고 자기 사람 1~2명만을 이사회 진출시켜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상승시켜 차익을 취득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려했다.한편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도입된다면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연합할 경우 기업 당 3~5명 수준인 감사위원을 싹쓸이할 회사는 10대 기업 중 여섯 곳이었다. 총수와 임원 등 내부자, 전략적 투자자(주식 대량 보유 개인, 연합기업),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기관투자자가 합쳐도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등은 연합하는 외국 기관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다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을 진행한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감사위원 선출 등 의결권 대결에 있어 현실적으로 대주주 등 국내 투자자들은 3% 의결권 제한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라 SK, 한화, 롯데쇼핑 등의 경우 의결권 행사에 있어 국내투자자 지분 중 40% 이상이 사라지게 된다. 또 의결권이 30% 이상 소실되는 기업은 10개 기업 중 6곳에 달했다. 반면 외국기관투자자의 의결권에 변동이 없는 기업은 6개였으며, 나머지 기업 네 곳의 변동 폭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수적 계산을 위해 국민연금, 국내 기관투자자, 전략적 투자자가 모두 해당 기업을 지지한다고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이 해당 기업 편에 서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또 “엘리엇 매니지먼트, 소버린 등 단기투기자본으로 알려진 기관투자자는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외국계 연합의 실체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이번 상법개정안이 단기차익 실현을 경계하고 장기주식보유를 독려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추세와도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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