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활활 타오른 '촛불민심'에도 국정에 대한 의욕을 앞세워 버티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고 통치권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려는 야권 잠룡들의 기싸움이 이목을 끌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위기의 순간마다 회심의 카드를 꺼내 판을 흔들고, 적진을 분열시키는 고도의 '아웃복싱'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지속적으로 안을 파고들며 저돌적으로 맞서 싸우는 '인복싱'으로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고3 수험생들의 촛불집회
◆朴대통령, LCT 수사 촉구·차관 인사·정상회담 등 묘수 이어져= 박 대통령은 붕괴 직전에 놓인 여당과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는 측근들 탓에 기댈 언덕이 사실상 사라졌다. 30% 넘는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대부분 고개를 돌린 상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번번이 유효타를 날리며 국정 복귀와 지지율 회복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라"며 부산 엘시티(LCT) 인·허가 관련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곧바로 부산·경남(PK)에 기반을 둔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 박 대통령의 정적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의혹 제기에 무고죄로 맞섰으나, '최순실 정국'이란 거대한 폭풍의 한켠에 'LCT 의혹'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검찰이 지난 18일 부산시 경제특보를 전격 소환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상당수 언론의 관심도 이쪽으로 쏠리고 있다.박 대통령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 이후 대외행보를 자제해 왔으나, 국내 정치를 이유로 정상회담 참석을 포기하면 국가 이익이 큰 손실을 입는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내세웠다. 이 같은 행보는 향후 국정 복귀에 연착륙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 17일 잇따라 차관인사를 단행하며 공직사회의 명줄인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비쳐진다. 그의 아웃복싱 정치는 하야나 퇴진 등의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록 식물 대통령으로서 수모를 당하더라도 내년 1월 중순 이후 여권 유력 주자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귀국하고, 새누리당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리면 국면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다시 고개를 든 여권 친박(친박근혜) 의원들과 콘크리트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든든한 버팀목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특검과 국정조사가 일정이 최소 내년 1~3월까지 잡혀 있어 버틸 명분도 생겼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野 탄핵 카드는 한계…특검·국조 적절히 섞어 쓸 듯= 야권이 탄핵 카드를 꺼내더라도 이는 하야를 미룰 수 있는 명분을 줄 뿐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적 절차인 탄핵이 진행 중인데 중도 사퇴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비주류 관계자는 "언제든지 한 방에 역전이 가능하다는 게 일부 친박과 청와대의 잘못된 상황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국정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며 개헌카드를 다시 들고 나와 박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핵심인 거취 결정은 미룬 채 곁가지인 개헌과 탄핵 등으로 초점을 흐리는 것이다. 국정 혼란도 가속될 수밖에 없다. 반면 야당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탄핵은 지난하다.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시간도 그렇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가운데 섣불리 카드를 쓰면,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 최소 29명 이상의 여당 의원들이 동의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탄핵소추권을 발의하더라도 보수적인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탄핵이 좌절되면 박 대통령과 여권 주류는 면죄부를 얻게 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과 야당은 현재로선 인복싱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면서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적절히 섞어 쓰는 압박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