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브리핑' '무제한 증인채택'…無用論 빠진 특검·국조 보완할 숨겨진 카드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꺼내 든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 카드가 무용론에 휩싸인 가운데 이를 만회할 비장의 무기가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피의사실 실시간 언론 브리핑'과 '무제한 증인 채택'은 특검과 국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키울 빼놓을 수 없는 도구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실시간 언론 브리핑', 사법 심판 아닌 여론 심판 가능= 이른바 '실시간 언론 브리핑'은 '맹탕'으로 흐를 수도 있는 특검을 보완할 숨겨진 카드다. 이번 특검은 구체적인 피의사실이 아니더라도 수사 과정을 언론에 낱낱이 공개하도록 했다. 통상 검찰 수사가 피의사실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 관례를 벗어난다. 검찰은 피의자와 직접 관련된 범죄 사실이이더라도 '피의사실 공표죄'(被疑事實公表罪)를 내세워 기소(공판청구) 전에는 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검찰·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나 감독·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외부로 유출한다면 법에 따라 심판한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이 같은 원칙을 앞세워 주요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기간 동안 언론 등을 상대로 두 차례 비공식 브리핑을 가져왔다. 실시간 언론 브리핑은 피의자의 인권과 알 권리의 상충이란 점에서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특검에선 아예 논란의 싹을 잘라버림으로써 광범위한 여론전을 가능케 했다. 이 조치는 상상 외의 폭발력을 지닐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수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동정 여론'과 '지지층 결집'을 고대하던 청와대와 여권 주류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혐의와 무관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실들의 공개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씨 일가의 불법적 재산 형성과 은닉 과정, 청와대의 야당의원들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 등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선상에서 배제됐던 다양한 의혹들도 대상이 된다. 앞서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은 '맹탕' 혹은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 왔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과 시간이 투입됐다며 '슈퍼특검'으로 불렸지만 일각에선 무용론을 주장했다. 최장 120일의 기간 중 준비기간(20일)과 성사가 불확실한 수사 연장기간(30일)을 빼면, 실수사 기간이 70일에 그치는 탓이다. 앞서 대북송금사건 특검(2003년)과 내곡동사저 특검(2012년) 당시 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사 연장을 거부했다. 이들 특검의 수사는 각기 70일, 30일에 그쳤다.또 투입 인력은 현행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절반에 그친다. '이중기소 금지'의 원칙이 적용돼 앞선 검찰 특수본 수사와 달리 특검 수사의 칼날이 무뎌질 것이란 걱정도 앞섰다. 무엇보다 법조계는 '최순실 특검'으로 둘로 나뉘게 될 수사와 재판을 염려했다. 다음 달 8일께 특수본의 수사가 종료되고 이후 최씨 등 핵심 피의자를 상대로 재판이 진행되면, 새롭게 수사를 시작하는 특검과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지난 14일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특검 합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사 불응·자료제출 거부 불가' 명기= '무제한 증인채택'은 특검과 달리 '최순실 게이트'를 법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 영역으로 끌어내는 수단으로 불린다.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60일간 본 조사가 실시되는 국조는 30일간 연장이 가능하다. 특검과 달리 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낼 수도 있어 벌써부터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 간 정치공방이 거세졌다. 조사 대상도 최씨와 최씨 일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측근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련 대기업 등으로 광범위하다. 박 대통령의 증인 채택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처야 하는데, 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되는 만큼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사불응·자료제출 거부 불가'가 국정조사계획서에 명기된 상태다. 실효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이 같은 공방을 통해 박 대통령을 둘러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은 해를 넘겨서도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될 전망이다. 이는 야권이 '국정 올스톱'이란 위험과 여권의 역공을 무릅쓰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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