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 9일(한국시간) 오전 11시30분, 미국 대선 개표 중반, 최대 격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역전시키자 한국거래소 증시 시세판이 파랗게 질렸다. 대세인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는 언론의 예측에 장 시작 초반 상승세를 타던 증시가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이 추세는 장 마감 때까지 이어졌다. 여의도 증권가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외근을 나갔던 증시 전문가들도 속속 사무실로 복귀해 증시 분석과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일부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700선까지 붕괴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내놨다. 평소 시장 전망을 밝게 봤던 긍정론자들조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결정 당시보다 3배 이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트럼프(Trump)와 패닉(Panic)을 합쳐 '트럼패닉(Trumpanic)'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반면 유럽과 미국 증시는 달랐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열린 유럽과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미국 뉴욕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개장 후 0.2%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해 1.4% 상승 마감했다. 주요 유럽 증시도 장 막판 반등해 1%대 상승 마감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와는 사뭇 달랐다. 단일 이벤트에 대한 아시아 증시와 유럽, 미국 증시의 반응이 달랐던 것은 트럼프의 당선 전과 후의 모습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막말을 일삼던 후보 시절 모습과 달리 화합을 강조한 그의 수락연설이 시장에 안정감을 줬다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에 담장을 쌓겠다"는 등 비상식적이었던 주장을 했던 것과 달리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는 평가다. 다음 날 우리 증시가 상승 반전하고, 미국 증시가 나스닥을 제외한 다우존스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등이 상승세를 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여전히 변동성은 크다. 단기 급락 이후 2차 쇼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쨌든 우리 증시의 향배는 트럼프의 경제ㆍ금융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게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고려해야겠지만 그의 정책 방향이 뚜렷해진다면 트럼패닉이라는 말은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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