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 어쩌다②]제왕적 대통령제도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국민을 지켜져야 할 우리 정치는 어쩌다 이렇게 국민의 근심거리가 되어 버렸을까. 우리 정치가 오늘의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게 된 근본 원인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권에서는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다시금 확인됐다며 '개헌'을 언급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지 않고서는 '누군가'에 의한 국정농단은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대다수다. 현재의 위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였을까.민주화를 거친 뒤에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대통령 제도의 특징을 설명해주는 말처럼 사용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대통령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주요 정책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영향력과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작은 몸짓마저 해석되고, 분석되며 의미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정운영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의제설정능력의 상당부분을 입법부를 비판하는데 사용했다. 이마저도 안 된다면 박 대통령은 정부 예산을 동원 정책을 홍보에 나서기까지 했다. 올해 7월 국회에서 진행된 2015년도 결산심사에서는 정부가 정책 홍보 목적으로 집행한 '정책홍보비'가 문제되기도 했다.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이나 개성공단 폐쇄 결정 등 국가적 사안이 부처와 상의도 안 된 채 청와대 차원에서 결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 정부의 국방정책 결정이 굉장히 비정상적"이라며 "주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서 장관들이 협의해서 결정하게 돼 있는 많은 사안이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비선실세 의혹 등을 빼더라도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청와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선실세 논란이 제기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은 강력한 정국 장악력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관가에서 인사권을 바탕으로 정부와 공기업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언론 등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박 대통령은 정부, 공기업을 넘어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게 인사에 간여했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국장급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만성적 인사적체 이면에는 청와대의 의사결정 지연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각종 헌법 기관에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 사법부 고위직을 발탁해 배치했다. 사법부 고위직들이 행정부로 영전되는 일들이 반복됨에 따라 법조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진보적 법조인사와 법학자들은 "마치 영전을 하고 싶으면 코드를 맞추라는 사인(sign)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대통령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와 달리 정부 역시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입법권을 갖고 있다. 정부가 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에서 심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방대한 자원을 보유한 행정부가 보유하고 있어 법안 심의에서는 정부 입법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법안들을 심의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의제설장권한이 대통령에 있게 된다. 예산편성권부터 입법권까지 대통령이 갖고 있다보니 정국 주도권이 비정상적으로 대통령에 쏠리게 된다는 것이다.이정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여야 간 정권교체가 두 번 이뤄지는 등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이후에도 대통령의 정책 결정형태가 여전히 권위주의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인사정책에서도 진보ㆍ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편협하게 이뤄졌다"면서 대통령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도 있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대통령 제도를 언급할 때 종종 미국의 작가 존 스타인벡의 말을 인용한다. 스타인벡은 대통령제와 관련해 "우리는 대통령에게 도저히 한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과, 도저히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과 한 사람이 견뎌낼 수 없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개인에게 감당 못할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통령에 기대했다 정권 후반 들어 실망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국민들은 메시아적 대통령을 기대하다, 결국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 정치는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겪어왔지만 더 이상 '큰 정치인'의 시대가 끝났다"면서 "영웅적 권위를 찾을 수 없다면 그러한 현실에 맞는 형태로 통치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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