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국 2인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FP]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과 필리핀이 2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회담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겨울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베이징에 왔지만 우리(양국) 관계는 봄날"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시 주석은 "양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 국가로 두 나라 국민은 형제"라고 친밀감을 과시했다.이로써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수년 동안 소송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어온 양국 간 관계 개선에 숨통이 트이게 됐으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親) 중국 행보가 가속할 것으로 보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판도 변화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외교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정상회담 후 양국은 필리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인프라, 에너지,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 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총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알려지지 않았다.다만 필리핀은 자국의 고속철 건설 사업을 비롯해 중국이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주길 기대해왔다.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자국 기업인 400여명을 대동하고 중국의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필리핀과 정치적 신뢰 강화와 호혜 협력하길 원하며 갈등을 적절하게 처리하고 공동 협력의 확대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이어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공동의 기초"라며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공동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양 국민에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시 주석은 아울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틀 내에서 필리핀과의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 간 인프라 협력 확대 의지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필리핀 경제 발전을 위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자 필리핀의 친구"라면서 "양국 간 깊은 유대의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측은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21발의 예포 발사와 3군 의장대 사열을 포함해 두테르테 대통령을 미국 정상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극진히 예우했다는 평가다.한편 지난 18일부터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독특한 행보가 화제에 올랐다. 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을 이날 하루에 몰아넣고 나머지는 늦잠을 즐기고 베이징 오리 요리를 먹거나 왕푸징(王府井)을 구경하는 등 관광객 같은 모습을 보였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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