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롯데그룹 수사가 넉달여만에 마무리됐지만 수사 초기부터 주목받던 정·관계 로비 등 권력형 비리에는 칼을 들이밀지조차 않아 '반쪽수사'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그간 진행한 수사를 사실상 일단락하고 이날 오후 2시30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6월 10일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공개수사 국면을 맞은 지 132일만이다. 신격호 총괄회장(94), 신동빈 회장(61),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 등 총수일가 3부자가 나란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이 롯데 경영비리의 정점으로 지목한 신동빈 회장은 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다.총수일가가 받는 혐의는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한 것에 비해 과도한 돈을 급여 명목으로 받고 개인 사업체를 계열사들이 지원하게 해 손실을 입혔으며, 그룹 지배구조 핵심 지분을 세금을 물지 않고 불법이전해 부의 승계까지 노렸다는 내용이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총수일가 치부가 법원 저울에 올랐을 뿐 수사과정에 비해 초라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3개 부서 검사 20여명을 투입하고, 압수수색에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인력을 동원해 화력을 집중했지만 지난달 말 신 회장 구속수사 불발 이후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조사대상에 오른 그룹 임직원만 500여명으로 수사 말미 저인망식 수사라는 비판도 뒤따랐다.전근대적 경영방식과 복잡한 지배구조가 공론의 장에 오르는 계기는 마련했지만, 호텔롯데 상장 철회,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 등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경영 노력이나 그룹 성장에 찬물을 끼얹으며 시작한 수사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수사 초기부터 주목받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 등 굵직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결국 수사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롯데그룹은 주류사업 진출, 부산 롯데월드 부지 용도변경 등 이명박 정부에서 각종 특혜가 집중됐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는 1998년 첫 삽을 뜨고서도 국방당국의 반발 등으로 10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급물살을 탔다. 성남비행장 항로를 틀어가면서까지 건축허가를 내줘 여당 중진의원, 예비역 공군 장성 등이 구설에 올랐다.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73),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70) 등을 출국금지하며 수사의지를 보이는 듯 했으나, 시행사 롯데물산은 압수수색조차 피해갔고, 접대장소로 지목됐던 골프장이 저가인수 의혹으로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됐으나 검찰은 고객명부 등은 따로 확보하지 않았다. 비자금 조성 정황이 포착돼 로비 수사로 주목받던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등의 경우 계열사 대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며 탄력을 잃었고, 수사과정에서 단일 계열사로는 최대 규모인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이 불거진 롯데건설의 경우 현 대표이사나 정책본부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이어지는 고리를 찾지 못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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