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기자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날로 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태어나는 아기가 준다는 뜻이다(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인 남녀의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 심지어 아예 결혼하지 않는 이도 늘고 있다.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1970년 이래 현지 남녀의 첫 결혼 연령이 각각 4.2년, 5.2년 늦춰져 31.1세, 29.4세를 기록했다. 50세가 되도록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인구는 1970년 5%에서 2010년 16%로 늘었다.서양의 경우 결혼하지 않은 인구가 느는 대신 동거 커플이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커플은 1.6%에 불과하다. 인구 감소ㆍ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태어나는 아기가 준다는 뜻이다.게다가 혼외정사로 태어나는 일본 아기는 전체 아기의 겨우 2%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40%에 이른다.결혼하는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진데다 이들이 사회적 성공을 꿈꾸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으며 옛날과 달리 가족을 유일한 삶의 충족 수단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일본인들은 결혼하면 으레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임신을 늦추고 싶은 여성이라면 아예 결혼부터 늦추게 마련이다.사정이 이렇지만 대다수 일본인은 결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86%, 여성의 89%가 결혼하기를 원했다.결혼의 걸림돌은 경제적인 문제다. 여성은 결혼 상대로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남성을 원한다. 남성 역시 탄탄한 경제 기반을 갖췄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경기악화로 많은 젊은이가 임시직에 발이 묶여 탄탄한 경제 기반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임시직에 발목이 잡힌 남성은 정규직 남성보다 결혼할 확률이 낮다.여성은 반대다. 결혼하지 않을 확률은 임시직 여성보다 정규직 여성이 높다. 직장 여성에게 결혼의 걸림돌은 결혼에 따른 전통적인 의무감이다. 직장일과 집안일ㆍ육아를 병행한다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남편은 부인에게 직장을 포기하라고 권유하곤 한다.게다가 일본인 부부들은 집안일을 동등하게 분담하지 않는다. 일본의 기혼 남성이 집안일과 육아에 쏟아 붓는 시간은 하루 겨우 1시간 7분이다. 미국인 기혼 남성의 경우 3시간, 프랑스인 기혼 남성은 2시간 30분이다.결혼 상대를 만나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흔했던 '오미아이(お見合いㆍ맞선)'는 요즘 그리 흔치 않다. 좋은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지금 대학생들은 여가 시간에 취업준비 활동으로 여념이 없다. 직장인은 장시간 근무에 시달린다. 일부 남성은 사회성이 결여된 나머지 짝을 적극적으로 찾으려 들진 않는다.눈높이도 문제다. 일부 남녀는 환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파트너를 원한다. 아니면 '세 평균'에 맞는 짝을 찾으려 든다. 적어도 자기의 결혼 상대는 평균 수입, 평균 외모, 평균 교육수준 이상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일본 여성들의 출산율이 계속 떨어진 것은 이처럼 결혼 상대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970년 2.13명에서 현재 1.42명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