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운용사 중 의결권 행사 적극성 '꼴찌'…전체 주식형펀드 3년 평균 수익률도 -0.6%로 부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운용자산 207조원 규모의 국내 자산운용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3년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단 한 건의 반대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운용자산 규모 상위 5곳의 자산운용사 중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곳은 삼성운용이 유일했다(외국계 합작사 제외). 삼성운용은 1610건의 안건 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이 1건도 없었다. KB자산운용은 1584건의 안건 중 43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뒤를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2건(1894건 중), 한국투신운용이 2건(501건 중), 한화자산운용이 1건(648건 중)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운용사의 주총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반대표 행사 비율이 가장 높은 KB운용이 2.71%였고 미래에셋운용 1.16%, 한국투신운용 0.39%, 한화운용 0.15% 순이었다. 운용자산 1위인 삼성운용은 0%를 기록했다. 운용자산 6조6900억원으로 삼성운용의 3% 수준에 그치는 독립계 운용사인 트러스톤운용이 165건의 주총 안건 중 17건(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 10.3%)에 반대표를 던져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인 운용사의 경우 펀드 성과도 좋지 않았다. 삼성운용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보면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펀드 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삼성운용이 굴리는 전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3년간 -0.6%를 기록했다. 전체 운용사 평균인 0.2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른 주요 운용사들 중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6.42%, 한화운용이 4.67%, KB운용이 0.48%, 한국투신운용이 -8.33%를 기록했다. 한국투신운용을 제외한 대다수는 삼성운용보다 펀드 수익률이 높았다. 국내 1위인 삼성운용이 주총에서 단 1건의 반대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으면서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는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자 보호에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재벌 그룹 계열의 운용사에서 상대적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운용사들이 대규모 자금 유치를 위해 대기업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펀드 투자자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서라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자문 지침) 기준을 강화하고 펀드 책임운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총 의결권 행사 주주를 정하는 주주명부 폐쇄 이전인 다음달 내로 슈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예정으로 현재 기업, 기관투자자,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없이는 주주권리 보호는 물론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도 무색할 것"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 기준 강화 등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기관 투자자의 '거수기' 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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