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워크숍에서 '소프트'한 발언 화제
노고 치하와 동시에 국정 협력 당부 의미 담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오늘 분위기는 국무회의 때하고 많이 다르죠? 요즘 제가 즐겨 듣는 노래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달리기'라는 곡이고, 또 하나는 영화 국가대표 주제곡인 '버터플라이'입니다."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다소 이색적이었다. 회의가 시작되면 '노고에 감사드린다'거나 기껏 날씨 얘기로 분위기를 푸는 게 고작이었던 모습과 다르게 이날은 적극적이었다.특히 이날 회의는 북핵위기에 당일 새벽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는 등 나라 안팎의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열려, 박 대통령의 '소프트한' 발언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졌다.박 대통령의 '인용정치' 행보는 이날 워크숍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였다. 박 대통령은 즐겨듣는 노래 외에 유명인사의 명언,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건배사까지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나는 평생 일상적인 일을 한 적이 없다. 그것은 모두 즐거움이었다'는 발명가 에디슨의 명언을 인용하며 "'공직 생활은 힘들고 어려운 일상이다' 이렇게 받아들이기보다 오늘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즐거움과 사명감으로 일하시면 성과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격려했다.또 워크숍 이후 열린 만찬에서는 "미켈란젤로 아시죠?"라고 운을 뗀 후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가 아주 유명한 천장화를 그릴 때 구석구석 아주 작은 인물까지도 전부 공을 들여서 그렸다고 한다. 보다 못한 친구가 '그렇게 잘 보이지도 않는데 그거 누가 안다고 그렇게 거기까지 그리고 그러냐'고 하자 미켈란젤로가 '내가 알지'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국민 삶의 세심한 부분까지 관찰해 정책에 반영해달라는 당부를 박 대통령은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통해 나타낸 것이다.그러면서 마지막에는 "공직사회에서 유행하는 ‘비행기’라는 건배사가 있지 않냐. ‘비전을 갖고 행하면 기적을 이룬다’는 뜻"이라면서 "그 기적을 이루는 방식을 우리 공직사회가 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개하기도 했다.박 대통령의 인용발언은 공직비리, 여소야대 국회, 북핵위기 등의 악재를 만난 공직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격려하기 위한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나라 안팎의 엄중한 상황에서 장차관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집권 후반부에 마지막까지 힘을 내달라는 당부의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이다.박 대통령은 이날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적절한 언행은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인식까지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 하고, 민생의 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는 발언으로 장차관들이 처한 어려움에 공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공직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당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가다.이날 한 참석자는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로 워크숍 시작 전에는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는데, 박 대통령께서 모두발언에서 본인이 즐겨듣는 노래를 소개하니 격려나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유명인사 발언 인용은 지난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차례 나온 바 있다.박 대통령은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진다'는 미국 링컨 대통령의 명언을 소개하며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국민들이 단호한 자세로 하나가 돼야만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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