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떼어 버렸더니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발도 잘라 버렸더니 갈 길도 사라졌다. 심장은 조금 어려워 한쪽 팔만 남기고 몸통을 떼어내 던져 버렸다. 눈도, 코도 없으니 어디로 던졌는지도 모르겠다. 남은 것이 나인지, 버린 것이 나인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한쪽 팔을 버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새콤달콤 프로젝트"라고? 에이, 심했다. "머리를 떼"고, "발도 잘라 버"리고, "한쪽 팔만 남"긴 채 "몸통" 전체를 "떼어내 던져 버"리는 게 "새콤달콤"하다니. 스너프 필름도 이 정도는 아닐 거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러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산처럼 쌓인 서류들을 종일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파리 두서너 마리가 왱왱거리는 듯한 머리를 확 떼어 저 멀리 어딘가로 휙 던져 버리고 싶지 않은가. 상상이니까 뭐 어때. 그래, 떼어 버리자. 에잇, 시원해! 그리고 발이 없다면 "갈 길도"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을까? 그럼 발도 잘라 버리지 뭐. 그런데 그렇게 하나하나 떼어 버리고 나니 "남은 것이 나인지, 버린 것이/나인지" 도통 모르겠다. 오오, 심오해지려고까지 한다. 그런들 뭐 어떠랴. 이제 남은 걱정은 단 하나, "나머지 한쪽 팔을 버리려면/어찌해야 하는가"뿐. 그로테스크해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 봤을 거다. 그럼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새콤달콤 프로젝트"를 짜 볼까? 물론, 실행은 절대 금물이지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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