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1인당 연간 2113시간을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은 1766시간이다. 주말과 휴일을 빼면 두 달(43일)가량 더 일한다. 한편 실질임금은 3만3110달러(구매력 평가 기준)다. OECD 평균의 80% 수준이며,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다. 보수는 쥐꼬리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의 모습이고, 팍팍한 우리의 생활 그대로다.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세계가 같은 제품을 같은 가격에 판다고 가정하자. 다소 무리한 가정이다. 그래야 이해하기 쉽다. 임금은 생산량에 가격을 곱한 금액이다. 일을 많이 했다면 생산량이 많아진다. 여기에 가격을 곱하니 임금 수준이 높아야 한다. 근데 우리는 일은 많지만 임금은 적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제품의 가격 하락이다. 그러나 같은 가격으로 가정했으니 원인이 되지 못한다. 둘째, 노동과 임금 착취다. 일한 만큼 임금을 못 받는 것이다. 정량적인 잣대로 원인을 파헤치기 쉽지 않다. 셋째, 일에 비해 적은 생산량이다. 거기에 가격을 곱하니 임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가장 설득력이 있다. 이밖에 노동 협상력 감소, 세계화 진전, 기술 발전도 임금 수준 악화의 원인이다.결국 노동과 임금의 불균형은 노동생산성 탓이다. 일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것, 즉 낮은 노동생산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론적으로 노동생산성과 임금은 격차 없이 그 궤를 같이한다. 적어도 과거엔 그랬다. 요즘은 기술 발전으로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임금 상승이 이에 못 미친다. 그래서 여전히 생산성과 임금은 궤를 같이하지만, 격차가 생겼다.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빠르게 향상됐다. 지난 25년 동안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증가율이 높은 국가가 한국이다. 그런데도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하위권이다. 투자, 기술, 교육 및 훈련 등 생산성에 미치는 요인은 많다. 그러나 OECD는 다른 곳을 주목했다.OECD는 낮은 노동생산성의 원인으로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을 꼽았다. 한국의 전체 사업체에서 서비스업 비중은 85%다. 그러나 서비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다. 서비스 사업체 중 중소기업 비중은 99.9%다. 이런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45% 수준이다. OECD 평균인 90%의 딱 절반이다. 서비스업만 놓고 봐도 미국의 53%, 일본의 77%에 그친다.서비스업(도소매업 기준)에서도 중소기업의 낮은 노동생산성은 두드러진다. 규모가 작을수록 더 그렇다. 종사자 10인 이하 소상인의 노동생산성은 OECD 전체 대기업 평균의 20%를 조금 넘는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종사자 규모가 클수록 좀 낫지만 여전히 OECD에서 꼴찌를 맴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크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을 기준으로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49.7%다. 2015년 50%가 무너졌다. 지난 3년 동안 지속해서 하락한 결과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 밖에 안 된다. 많은 수의 비정규직이 서비스업에서 일한다. 결국 낮은 노동생산성은 낮은 임금과 엮인다.청년의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항상 있다. 임금 격차가 이럴진대 청년의 중소기업 기피는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계도 대기업이 임금 상승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격차 해소는 필요하다. 그러나 방법이 틀렸다. 위를 내려 ‘평균주의’로 갈 수는 없다. 아래를 올려야 한다. 해답은 노동생산성 향상에 있다. 투자와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임금 격차 해소의 시작이다.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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