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욕구를 열정페이로 무마하려는 기업 관행에 쐐기 박아인턴으로 일하는 여당 의원실에 아이디어 제공 "법안 문구 만들기 가장 어려워""꿈은 법조인…법안 만드는 국회가 더 매력적"[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기업들은 대학생의 이른바 '스펙'에 대한 욕구를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악용합니다. 아예 허드렛일만 시키려고 실습생을 뽑는 일도 많지요."
▲'열정페이 근절법안'에 동참한 대학생 인턴 이시윤씨
이시윤(홍익대 법학부ㆍ여ㆍ23)씨는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수다떨기를 즐기고 학기말 리포트를 놓고 고민하던 20대 청춘이었다. 이런 이씨에게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던 이야기가 있었다. '열정페이'를 빌미로 기업들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인 현장실습생(인턴)을 착취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나마 이씨와 같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생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시민단체 등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지방 소재 대학생들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고 허드렛일만 하다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돈 한푼 받지 못하는 실습생도 있었다. 이들은 하루 8시간 안팎의 근무시간 동안 정식 업무 외에 잡일까지 도맡았다. 지난달 이씨에게 의회에서 입법보조원으로 일할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실습생이지만 그간 학교에서 느껴온 '열정페이'에 대한 문제점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주간의 실습생 생활을 하면서 최소 1개 이상의 법안 발의를 목표로 삼았어요."마침 실습생으로 일하던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대구 북구갑ㆍ초선)실이 추진 중인 청년 관련법안과 궤가 맞아떨어졌다. 불과 한 달 여만에 이씨의 아이디어는 '열정페이 근절법안(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으로 현실화됐다. 20대 국회 최초의 대학생 참여법안이다. 법안은 교육부의 '산학연계형 대학생 현장실습'이 전공과 무관한 허드렛일을 시키는 등의 형태로 악용되는 것을 막도록 했다. 대학과 현장실습기관의 협약 체결 의무화, 교육과정 외에 발생한 근로행위에 최저임금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18일 정 의원실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같은당 김광림ㆍ김도읍ㆍ민경욱 등 10명의 의원들이 동참했다. 이씨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법안 문구를 꼽았다. "문구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내용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의원실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부적합한 현장실습기관을 어떻게 걸러내느냐로도 고민했다. 교육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고 그렇게 현장실습기관에 대한 인증제를 끌어냈다. "법안의 제22조 2항에는 교육부장관과 고용부장관이 현장실습기관을 인증하는 내용이 담겼어요. 기준ㆍ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애초 이씨의 꿈은 법조인이었다. 하지만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을 적용하는 이들의 모습은 생각과 달리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법을 만드는 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관심을 돌리 곳이 입법기관인 국회였고, 이곳에서 현장실습의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이 법안으로 기업들이 대학생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 페이' 논란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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