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양낙규 차장
성산포대 외 제3의 장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논란은 진행형이다. 경북 김천시가 광복절에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하고 제 3의 장소에 대한 대책마련까지 나선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국익을 위해 선택한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이라는데 논란만 커지는 이유는 뭘까. 과거 군기지 이전사업에서 이유를 찾아보자.박 대통령은 2012년 11월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해양권익 수호를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공약을 내걸고 해군기지를 관광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확대, 민군 커뮤니티 조성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제주해군기지는 소통 대신 소송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구상권 행사를 위해 제주기지 공사를 방해한 5개 단체와 개인 116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 요구액만 34억5000만원이다. 여기에 해군은 대림산업이 지난 6월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금 231억원을, 삼성물산이 131억원 추가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절차를 밟기로 했다. 강정마을 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화합보다 갈등만 더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한미 정부는 1990년 6월 용산기지를 1996년까지 오산·평택으로 완전히 이전하는데 합의하고 2003년 4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1차 회의를 열어 이전 협상을 시작했다. 이는 평택 지역 반발로 이어졌다. 평택기지 확장에 반대해 고향을 지키려는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2004년 9월부터 935일간 팽성읍 대추분교 등에서 밤마다 촛불시위를 했다. 주민의 동의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준동의안을 가결했고 정부는 물리적인 퇴거작전을 강행했다.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인원만 600명이 넘는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이성우·서문석 교수가 2007년 2월 발표한 '5대 공공분쟁의 사회적 비용 추산' 논문에서 평택기지 반대시위로 경제활동 비용 103억원, 질서유지 비용 134억원, 교통지체 비용 298억원 등 537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허비된 것으로 추정했다.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사업지연 비용은 제외시켰지만 엄청난 비용이다. 두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국가안보를 위해 절실한 사업이지만 정부의 '소통 없는 정책추진'으로 논란만 키웠다는 점이다. '정밀 조사→주민의 의견수렴 및 설득→조정과 결정'이라는 일반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국민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방어무기라면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우선시해야만 했다. 정부는 이번 성주 사드부지 선정과정에서의 진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명분이 정당해도 민의가 따르지 않으면 결국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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