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송화정 기자, 조슬기나 기자]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올해 1~7월 국내 자동차산업 생산과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6.2%, 13.7%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 등 주요업체들의 파업으로 이달에만 수출 차질이 2억6600만달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위기는 더 심각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노조 파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파업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나흘간 부분파업을 했고 여름휴가 직전인 27일에도 추가 파업을 벌였다. 이달 첫주 휴가가 끝나자마자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재개했다. 모두 8차례다.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도 16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예정으로 부분파업 중이다. 정 사장은 정부의 노후 경유(디젤)차 교체지원 정책의 조속한 시행도 강조했다. 그는 "가능한 빨리 진행될 수록 하반기 판매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서울 시내에 노후 경유차를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정 사장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평판이 좋아서 미국에서 잘 판매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서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간담회에 참석해 지난 5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멕시코 생산공장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 사장은 "멕시코 주정부와 인센티브 관련한 논의는 거의 정리가 다 됐고 양산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상반기 멕시코에서 2만3496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3.3%로 현대차보다 한 계단 앞선 9위에 올랐다. 지난 6월에는 점유율을 3.9%까지 끌어올리며 월간 순위 8위를 차지했다. 박 사장은 인도공장 설립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고 3개주에서 땅 부지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기아차 인도공장이 설립될 유력 부지로는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 주와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구자라트 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019년부터 인도에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훈 르노삼성 대표는 최근 폭스바겐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것과 관련해 심경을 토로했다. 박동훈 대표는 간담회에 함께 참석했던 정진행 현대차 대표가 "괜찮냐"고 묻자 "피곤하고 힘들었다"고 답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사문서변조ㆍ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폭스바겐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검찰이 지난 1월 폭스바겐 관련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래 사장급 인사에게 청구된 첫 영장이었다. 그는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법인 설립 당시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3년까지 근무했다. 폭스바겐이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배출가스와 연비ㆍ소음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한차례 구속 영장이 기각된 박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박 대표는 "(그동안 폭스바겐 관련 검찰 조사 때문에) QM6 론칭에 100% 집중하지 못했다"며 "여기에 전념할 것이고 판매가 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M6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내달 공식 판매한다. 부산 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국내 판매는 물론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할 글로벌 SUV로 개발된 차종이다. 크기와 디자인, 감성품질, 최첨단 기술 등 모든 면에서 기존 QM5 대비 혁신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르노삼성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르노그룹 내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올렸다. 르노, 다치아, 르노삼성 등 3개 브랜드로 구성된 르노그룹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156만797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수치다. 이중 르노삼성은 26% 증가한 4만6917대를 판매했다. 박 대표가 국내로 들여온 SM6가 대박을 터트린 결과다. 지난 3월 출시된 SM6는 상반기에만 2만7211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르노삼성은 SM6의 연간 판매 목표치를 당초 5만대에서 6만대도 높였다. SM6는 박동훈 대표가 부사장 시절이던 지난해 국내 판매를 추진해온 모델이다. 그같은 인연 때문인지 박 대표는 올해 4월 대표자리에 올라서도 SM6 판매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날 간담회는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 변화와 업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업계 CEO들과 만나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생산경쟁 체제에서 낮은 생산성과 노사간의 대립에 따른 정례적인 파업 등이 우리 자동차 산업 경쟁력의 결정적인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며 "업계 노사 양측이 협력해 조기에 조업이 정상화됨으로써 수출회복 전선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달은 지난 19개월간 연속 감소세를 보여 온 우리 수출이 회복세로 전환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주 장관은 또 정부가 최근 미래차 분야에 대해 마련한 지원정책을 소개했다. 주 장관은 "내년 세제개편방안에 미래차를 포함한 신산업분야 연구개발(R&D)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 구글, 애플 등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과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의 급부상 등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CEO들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의 투자와 신차 출시 등 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올 하반기 중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핵심부품인 연료전지 생산 확대를 위한 생산라인 투자와 전기ㆍ수소차 보급을 위한 카쉐어링 시범사업 등을 추진한다. 또 기아차의 경우 친환경 기술 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하반기 초소형전기차 트위지 국내 출시와 1t 전기트럭 상용화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GM은 내년 볼트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쌍용차도 현재 상용화 개발 중인 전기차 모델을 2~3년 내 선보일 방침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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