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B2B(기업 간 거래)ㆍ신기술(사물인터넷, 인공지능)ㆍ자동차 등 3가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수합병(M&A) 광폭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자동차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방가전 기업 인수도 확정했다. 11일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방가전기업 '데이코(Dacor)'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북미지역에서 네트워크를 확보한 주방가전기업을 인수해 빌트인 가전시장을 뚫기 위한 전략이다.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운 삼성전자는 B2C 시장에서는 장악력을 높이고 있지만 B2B 시장에선 부진했다. 대부분의 빌트인가전이 주택ㆍ부동산 시장과 연계돼 있고 현지 업체들의 네트워크를 따라잡기가 힘들어서다. 1965년 설립돼 미국 캘리포니아 인더스트리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데이코는 미국ㆍ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빌트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인수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1억달러(약 1094억원)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데이코를 인수한 것은 최근 2~3년간 삼성전자의 M&A(인수합병)ㆍ지분투자 행보와도 맞아 떨어진다.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2014년 5월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은 기술력이 검증된 신생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만 M&A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핀테크(금융+IT)와 사물인터넷, B2B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IT를 접목시키는 데 필요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약 2억50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한 루프페이는 가장 성공적인 인수 사례로 꼽힌다. 핀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업체로, 삼성페이의 핵심 기능인 '마그네틱 보안 전송' 특허기술을 가진 업체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에 삼성페이 기능을 탑재했고 국내 가입자가 출시 1년 만에 500만명을 돌파했다. 2014년 삼성이 인수한 IoT 업체 스마트싱스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 스마트싱스의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IT 제품이 연결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M&A 대상에는 B2B 기업도 포함된다. B2C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B2B 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자는 전략에서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기술을 갖고 있는 프린터온,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 빅데이터 기업인 프록시멀데이터,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인 예스코일렉트로닉스 등은 모두 B2B와 관련된 M&A 사례다. 인공지능과 자동차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비캐리어스 인수에 이어,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에도 5000억원 가량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피아트클라이슬러 그룹의 자동차부품회사 마그네티마렐리 인수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신기술 업체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는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ㆍ의료ㆍ자동차ㆍ유통 등 업종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IT기술이 다양하게 사용되는 만큼 제조업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M&A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ㆍ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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