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여름철 폭염으로 냉방을 위한 전기 사용이 늘어나자 전기요금 누진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최대 11배 넘게 차이 나는 현행 누진제가 해마다 전기 사용이 늘고 있는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정부는 누진제 개편이 전기소비를 늘리고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요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들어 누진제 개편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양측 주장을 수용할 수 있는 묘책을 본격 논의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 누진제를 개편한 것은 2005년 12월이다. 1974년 도입된 누진제는 초기 3단계였지만 오일쇼크 직후인 1979년 12단계까지 늘었다. 다시 1995년 7단계로 줄었다가 2005년 현 6단계 체제로 바뀌게 됐다.최저 구간 요금 대비 최고 구간 요금의 비율을 뜻하는 누진도 역시 1979년 19.7배까지 증가했다가 현재는 11.7배로 낮아졌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누진도가 높다는 것이 누진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뒷받침하고 있다.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전력가격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50㎾h를 사용할 경우 한국의 전기요금은 3355원인 반면 미국은 한국의 4.8배인 1만6008원, 일본은 7.42배인 2만4878원이다. 반대로 800㎾h를 사용할 경우에는 한국의 전기요금은 32만4300원에 달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0.29배인 9만2689원, 일본은 0.96배인 31만2752원이었다.이 두 경우를 비교하면 우리나라 누진제가 사용량이 적을 때는 유리하지만 많을 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누진제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이후 6월 기준 월간 평균전력 수요는 연평균 2.4%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다만 정부는 전체적인 전기소비가 늘어나 블랙아웃이 우려된다는 점과 저소득층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점 등을 꼽으며 누진제 개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실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전기요금 누진제 단계를 줄이거나 누진도를 낮출 경우 저소득층은 대폭적인 요금 상승,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폭의 상승이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누진도를 현행 11.7배에서 3배로 낮출 경우 1분위 가구 월평균 전기요금은 3만3083원으로 현재 수준에 비해 11.3% 증가하는 반면 10분위 가구 전기요금은 5만5889원으로 7.9% 감소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충분한 전력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력공급 능력은 평균 8600만㎾로 공급예비율은 평균 19.6%에 달하고 있다. 특히 설비용량도 1억㎾에 달해, 지난 5일 기록한 이달 최대 전력소비량 7757만㎾를 고려해도 설비의 30% 이상이 남아도는 상황이다.또 저소득층 전기요금 지원 등을 통해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과 겨울에 높은 누진도를 적용하는 등 계절별 한시적 누진제 상한도 대안으로 꼽힌다.정연제 에너지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여 국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발전비용을 고려해 요금을 조정하는 큰 틀을 짜야 한다”며 “주택용은 누진제는 완화하되, 단가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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