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VS 12억 VS 3조' 인터파크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 적용 가정해도 배상액 12억원 남짓집단소송제와 함께 적용 시 3조원 넘을 수 있어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인터파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한다고 가정해도 배상금은 12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집단 소송제 등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6일 보안 업계와 법조계의 전문가들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인터파크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 5분의 1에 달하는 103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과실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한 행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를 유출 사고가 일어난 기업은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직접 피해 규모를 입증하지 않아도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보안뉴스)

현재 상황에 이 제도를 가상으로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물질적인 재산 피해가 아닌 정신적인 위자료 측면에서 판결이 이뤄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출된 개인 정보가 악용된 사례와 그 피해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대개 10만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지난 2012년 KT에서 11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나 지난 2014년 롯데카드(2600만명), NH농협카드(2500만명), KB국민카드(53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모두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카드사들이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받은 벌금은 1000만~1500만원에 불과했다.징벌적 배상제에 따른 3배 보상도 의문이다. 인터파크의 과실이 100% 인정됐을 경우에 한해 '최대' 3배 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문제는 보안 사고의 전문성이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문적인 기술 분야기 때문에 의료사고와 같이 정보 비대칭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며 "이럴 때에는 여론의 분위기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소행이라는 경찰 발표가 나오자 '인터파크도 불가항력이었다' 같은 분위기와 함께 동정 여론이 형성될 것을 우려한 지적이다. 여기에 인터파크의 총력을 다한 변론이 더해지면 과실 100%의 결론이 나온다고 장담하기 힘들다.징벌적 손해배상제 자체의 한계도 있다. 최대 3배 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피해자 전체가 아닌 소송을 제기한 이들에게만 배상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파크 피해자 모임의 회원 수는 4000명 수준이다. 이들이 모두 소송을 제기해 정신적 위자료 10만원을 받아 내고, 100% 인터파크의 과실을 입증해 3배 보상까지 적용받을 경우 인터파크가 부담하는 배상액은 12억원 수준이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매출 4020억원, 영업이익 234억원을 기록했다.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모두 배상해야하는 집단소송제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함께 적용될 경우를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인터파크가 배상해야하는 금액은 3조원(위자료 10만원×징벌적 손해배상 3배×피해자 1030만명)이 넘게 된다. 임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함께 자리잡으면 보안이 더이상 쓸데 없는 '비용'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재 한국은 증권 관련에 한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했으나 실제로 적용되는 일은 매우 드문 상태다. 미국의 경우 1938년 집단소송(Class Action)을 제일 처음 시행한 나라로 고엽제소송, 석면소송, 자동차관련소송, 담배소송 등 가장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과 독일, 일본의 경우도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집단소송제와 단체소송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도 1991년 민사소송법에서 집단소송제를 명문화해 도입하고 있다. 한편 지난 2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폭스바겐이 미국 고객들에게 17조5000억원을 배상한 사례를 들며 집단소송제 제정안을 발의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문가들이 지난달 26일 국회 의안과에 '집단소송법' 발의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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