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매각 5300억 피해' 검찰 고발…금호家 또 형제갈등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양측의 오랜 갈등이 재점화됐다. 양측이 이미 여러 건의 소송에서 맞붙은 상황에서 이번 검찰 고발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8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금호터미널을 박삼구 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넘겨 53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지분율 12.61%)다. 금호석화 측은 금호터미널의 현금자산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의 매각이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이같은 정황을 알면서도 그룹 오너인 박삼구 회장의 개인회사(금호기업)에 금호터미널을 매각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터미널의 가격을 8000억원으로 평가한 근거는 금호터미널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현금과 부동산 자산이다. 금호터미널은 2700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광주 일대를 비롯한 전국 대도시 요지에 위치한 터미널 부지의 부동산 가치만 해도 4213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이 부동산 자산에 대한 자산재평가가 이뤄진 시점이 2006년이라는 점과, 이 부동산을 담보로 6960억원의 금융권 차입(담보설정금액 1조80억원)이 이뤄진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부동산 자산가치는 현 장부가액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수사 결과 배임죄가 인정될 경우 피해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박삼구-박찬구 형제 갈등이 재점화됐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박찬구 회장이 자금난을 이유로 무리한 인수에 반기를 들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이면서 형제간 지분 전쟁이 불붙었다. 그러다가 대우건설 풋백옵션의 여파로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2009년 7월 박삼구 회장은 동생을 대표자리에서 해임하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퇴진하는 초강수를 뒀다. 양측의 갈등은 송사에 휘말리면서 막전막후로 치달았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워크아웃 돌입 당시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CP) 매입으로 손해를 끼쳤다고 박삼구 회장 등에 100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6월 패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 CP 매입 관련 박삼구 회장을 배임죄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태다. 양측이 금호 상표권을 둘러싸고 벌인 민사 소송 항소심은 조정절차로 전환했다. 조정기일은 다음달 22일이다. 앞서 1심에서 법원은 금호석화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는 지난해 말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계열분리된 상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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