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영 서울아산병원 교수, 최근 관련 논문 발표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그는 1985년부터 뇌를 연구했다. 한 분야를 30년 동안 파고든 셈이다. 여러 가지 뇌질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뇌신경연구단 고재영 신경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자폐증 치료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뇌 속 아연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아연의 항상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폐증 증상으로 이어졌다."
▲고재영 교수
새로운 약물을 개발한 게 아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자폐증이 아연의 항상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기존의 약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고 교수는 뇌 발달 단계에서 뇌세포의 아연 항상성이 깨지면 뇌의 크기가 커지고 결국 자폐 증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아연이 증가해 뇌가 커지는 과정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진 항생제인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을 쥐에게 투여한 결과 정상 크기의 뇌로 발달해 자폐 증상의 발현을 막을 수 있었다. 자폐증·아스퍼거증후군과 같은 자폐범주질환은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 소통 장애, 반복적 행동 등을 보이는 발달장애 질환이다. 지난 30년 동안 환자가 10배 정도 증가했다. 자폐증을 가진 환자를 가지고 있는 가족의 심적 고통은 크다. 자폐범주질환은 신경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의 기능 저하나 신경회로의 발달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왔다. 최근엔 자폐범주질환 환자들에서 발달 초기에 뇌가 커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뇌의 신경회로 연결이 더 증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범주질환 뇌가 외부 자극에 과다하게 반응한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고 교수는 이 같은 가설을 바탕으로 뇌 발달 단계에서 뇌세포 안 아연의 항상성 이상이 자폐범주질환을 일으키는 지를 아연 조절 단백질(ZnT3) 유전자를 없앤 생쥐에서 검증했다. ZnT3이 없는 생쥐의 경우 자폐범주질환에서 보이는 여러 행동증상을 나타냈다. 뇌의 크기가 커져 있었다. 이와 동시에 신경세포의 성장을 일으키는 신경성장인자의 양이 증가돼 있었다.고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고도 기존의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함으로써 자폐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며 "난치성 질환인 자폐증의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198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신경과학박사를 취득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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