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주(駐)유엔 대사.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11일부터 20일까지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고위정치포럼'을 개최한다. 필자가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회의다. 경제사회이사회의 1년간 활동이 이 회의로 수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위정치포럼'이라는 명칭이 다소 어색하지만, 국제사회가 올해부터 2030년까지 달성코자 하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의 이행을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최고위급의 모임이다. SDG는 지난해 9월 유엔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채택한 17개의 개발 목표를 말한다. 위협받고 있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면서 인류의 공동 발전과 복지 증진을 이루기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계획이다.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 대표 1500여명이 참석 중인 이번 포럼은 SDG 채택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로, '모두 함께 가는 세상(Leaving no one behind)'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SDG의 핵심원칙 중 하나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불안정한 세계 경제와 불평등 문제, 분쟁과 난민의 급증, 기후변화로 인한 생존 위협 등을 반영한 절실한 주제이다. 첫째,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불평등 문제는 SDG 10번 목표로 포함될 정도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새천년개발목표(MDG) 등을 통해 절대 빈곤을 줄이는 성과가 있었음에도 세계 어디에서나 소득과 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30년 사이에 최고 수준의 소득 불평등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최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상위 10%가 총 소득의 절반 가까이(45%)를 가져가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포괄적인 경제사회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둘째, 계속하고 있는 난민 문제 또한 국제사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아프리카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격화됨으로써, 전 세계 난민의 숫자가 2000만명을 넘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또한 테러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서 전 세계의 안보와 개발 분야에 공통으로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직접적인 위협을 느껴 난민 문제 대처에 자원과 예산을 우선 배정함으로써 개발 분야 재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난민 문제의 근본적 원인 해소를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원만한 SDG 추진에 어려움이 올 수 있다. 망망대해 작은 보트 위에 생명을 걸고 있는 난민들의 모습을 TV 뉴스에서 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껴야만 '함께 가는 세상'이 가능하다. 셋째,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는 생태계 파괴, 자연재해 증가, 해수면 상승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 보고에 따르면 20세기 100년간 연간 해수면 상승이 1.7㎜ 이하였는데, 1993년부터 16년 동안에만 3.6㎜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그 3배인 12㎜까지 해수면이 상승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기후변화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가 자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이런 작은 나라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처럼 자신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당장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 않더라도 선진 산업국가들이 나서야만 인류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이처럼 '모두 함께 가는 세상'은 우리 시대의 지구적 도전들을 인류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주제이다. 가장 가난하고 힘이 없고 취약한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하면 17개 개발목표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193개 유엔회원국 모두의 공통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당위적이고 선언적인 이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에서 빈곤층은 물론 난민, 장애인, 여성, 아동, 노인, 이주민, 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인도적인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정책적 지원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이번 회의가 인류 공동 번영을 위한 SDG 이행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을 기대한다.오준 주유엔대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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