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기요금 8000원으로 뚝…'탄소제로섬' 꿈꾸는 가파도 가보니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한 달에 5만∼6만원씩 나오던 전기요금이 8000원으로 크게 줄었어요. 외지 관광객도 늘어서 이중의 효과를 보고 있죠."(진명환 가파도 마을이장)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와 제주도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 가파도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일이 펼쳐지고 있다. 햇빛과 바람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해 '탄소제로' 청정섬으로 만드는 시도다.지난 8일 제주도 모슬포 항에서 배를 타고 15여분간 달려 가파도에 도착하자, 집집마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이 눈에 띄었다. 전봇대와 전선은 보이지 않았고, 포구 반대쪽에는 두 개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가파도는 국내 최초의 '에너지 자립섬'이다. 2011년 말부터 한국전력과 제주도는 이 섬을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의미 있는 시도에 나섰다.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3단계에 걸친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가 구축됐다. 현재 가파도 거주민 178명이 사용하는 전기는 250kW급 풍력발전기 2개와 집집마다 설치된 3kW급 태양광 집열판, 3.86MWh 규모의 ESS 등으로 충당된다. 섬 중앙에 있는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센터를 통해 태양광ㆍ풍력발전 현황과 전력 공급 상황도 실시간으로 확인, 통제할 수 있다.
햇빛이 없고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상태가 되더라도 전력공급이 끊기는 일이 없게끔 하루치 전력이 예비된 상태다. 하지만 현 ESS 용량으로는 '완벽한 에너지 자립'이 어려워 디젤 발전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올해 1∼4월 가파도의 전체 발전량 중 풍력 발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태양광은 10%다. 황우현 한전 에너지신사업단장은 "ESS 용량이 지금의 두 배 정도 돼야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가파도가 탄소제로섬으로의 첫 발을 뗀 후 거주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우선 전기요금이 대폭 낮아졌고, 친환경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급증했다. 진명환(56) 이장은 "태양광 집열판 설치 후 월 전기요금이 8000원으로 크게 줄었다"며 "설치비 130만원은 1년도 안돼 비용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전인 2011년 6만9000명에 불과했던 섬 방문객은 지난해 말 9만4000명까지 늘었다.한전은 가파도를 시작으로 전남 진도 가사도, 울릉도, 인천시 덕적도 등에도 에너지 자립섬을 구축하고 있다. 황 단장은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규모는 2020년 4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캐나다 등 해외수출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가파도=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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