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전격 인하한 이후 A은행은 매일 비상회의를 열고 있다. 예상을 깬 기준금리 인하에 하반기 경영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대출 상품의 다양화와 채권이나 펀드,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 등 간접투자상품의 출시를 통한 비이자수익 확대가 필요하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시중 자금이 어디로 쏠릴지도 예측불가다. A은행 부행장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영업ㆍ마케팅 전략을 마냥 초저금리 시대에 초점을 맞춰 공격적으로 짜기도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행들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짜느라 골몰하고 있다. 초저금리는 작년부터 지속된 악재지만 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어느때 보다도 강도가 더 세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당장 수익악화의 방어를 위해 수신금리 인하와 수수료 인상 등에 나섰다. 은행 지점과 상품의 구조조정과 영업방식의 전면적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 전략도 세우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ㆍNH농협ㆍKB국민ㆍ신한ㆍKEB하나 등은 이번주부터 예ㆍ적금 금리 인하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이날 부터 예적금 금리를 0.1~0.25%포인트 인하한다. 이에 따라 웰리치주거래 예금의 금리는 연 1.6%에서 1.4%로 낮아진다. NH농협은행도 이날 부터 예ㆍ적금 상품의 수신금리를 순차적으로 내린다. 기준금리에 변동되는 큰만족실세예금, 정기적금 등의 상품이 대상이다.은행의 금리 조정이 단행되면 연 1%대 중후반으로 나왔던 예ㆍ적금 상품은 자취를 감추고 연 1% 초반대의 예ㆍ적금 상품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협의회를 통해 여ㆍ수신 금리의 인하 폭을 조율 중"이라며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영업 전략을 함께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상품의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구조조정 1순위는 특판 예금이다.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특판 예금은 물론 한정적으로 판매했던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한시적 적금 상품의 판매 계획이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거란 얘기가 있는 상황에서 금리 수익이 크게 낮아지고 있어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예ㆍ적금 상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예금상품의 정리 작업도 단행된다. 이미 KEB하나은행의 경우 전산통합에 맞춰 24종의 상품을 없앴다. 두 은행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서 겹치는 상품에 대한 조정차원에서 진행됐는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수수료 인상도 가속화된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금리인하 직후 수수료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은행 수수료는 다음 달 11일부터 각 항목별로 적게는 200원 많게는 1000원씩 오른다. 앞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송금ㆍ예금ㆍ자동화기기(ATM)ㆍ외환거래 등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다. 비이자 수익의 강화 전략 마련도 은행들의 하반기 숙제다. 채권이나 펀드,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 등 판매를 확대해 그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신사업 확대도 구상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하반기 중 글로벌 PF 조직의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우리은행도 연말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3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과의 협업을 통한 영업방식의 개편도 하반기 주요 전략 중 하나다. NH농협은행은 P2P 대출업체인 써티컷(30CUT)과 손잡고 이달 말 대환 대출상품인 'NH-30CUT론'을 출시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도 펀다와 손잡고 8월 중 협업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1금융 프라이드'까지 버리기 시작한 한 것은 올 1분기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순이자마진(NIM)을 지키기 위해서다. 2012년 2.1%였던 NIM은 올 1분기 1.55%까지 뚝 떨어졌다. 이 기조라면 NIM은 또 하반기 사상 최저치를 경신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의 축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인해 은행권 이자 이익이 올해 3분기 862억원, 4분기 527억원 등 하반기 14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구조조정'이란 악재도 은행들의 변화를 재촉한 요인이다.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구조조정 후 발생할 대량 실업에 따른 가계 부실도 걱정거리다.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의 전격적 인하와 구조조정으로 여수신 상품의 금리 경쟁 조차 펼치기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기존 은행의 틀을 깨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