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울시 주최 구의역사고시민토론회...'딜레마적' 상황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하영 수습기자]"돈이냐 안전이냐, 결국 결단의 문제다. 그러나 결코 안전 사회를 포기하지 않겠다."12일 서울시 주최 구의역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말이다. 이 말은 현재 서울시가 처한 딜레마적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해준다. 즉 서울은 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 노후화, 지하철 적자ㆍ설비 노화, 버스 적자 등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 시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필수적인 문제로, 해결을 위해선 '돈'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그래서 '돈'을 절약하다보니, 이번엔 거꾸로 시민의 안전ㆍ복지가 희생당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공 김모씨 사망 사고도 결국은 이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이었다. 돈을 위해 외주화를 택하다 보니 본래의 목적인 안전에 소홀해진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딜레마에 처한 서울시의 고민이 잘 드러났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지금 여러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자가 불구하고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며 "특히 정부가 신규 시설은 지원해 주면서 노후 시설 교체는 지원을 안 해주는데, 중앙 정부와 협의를 해 재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이후에 요금 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지하철이 노인 무임 승차 등으로 1년에 5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으면서도 정부의 재정 지원은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어 잦은 사고의 원인인 노후 설비 교체나 안전 투자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박원순 시장 역시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전동차 노후화, 내진설계 이런 많은 부분이 사실은 돈의 문제"라며 "서울시 힘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시 지하철만으로 일 년에 5000억, 버스까지 합치면 1조원의 적자를 보고 있지만 중앙정부로부터 한 푼의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은 돈의 문제, 결단의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안전 사회는 포기해선 안 된다. 나부터 결의할 테니 시민들도 함께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이같은 서울시의 하소연은 결국 지하철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호소'로 이해됐고, 일부 언론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곧바로 해명 자료를 내 "검토한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시민들이 구의역 승강장 앞에서 '구의역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출처=아시아경제DB)
한편 이날 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은 안전보다 효율을 중요시 여기는 그동안의 관행을 비판했다.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도철)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김진억 희망연대 노조국장은 "정부는 공기업효율화라는 명분아래 외주화를 진행하고 지자체가 직접고용 인원을 늘리지 않도록 만들었다"며 "그 결과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담보할 수 없는 외주화가 일어났다"고 발언했다. 은수미 전 국회의원 역시 "외주화는 돈을 줄이는 방식"이라며 "대중교통 요금이 낮은 것을 복지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적자라고 볼 것인지 박원순 시장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사회는 하청사회"라며 "하청을 뿌리 뽑는데 시민들이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비상대피를 위한 안전문이 있어야 할 곳에 대형광고판이 설치되는 등 안전보다 수익 올리는 것을 중요시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도철에서 PSD 유지ㆍ보수 업무를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낮에 PSD를 점검, 밤에 신호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근무 체제를 설명하며 "근본적인 문제는 인원이다. 열차가 다닐 때 일을 안 해야 한다"며 "정규직 얘기하시는데 정규직이면 열차 안 부딪히나"라고 지적했다. 메트로 안전보안관으로 일한다고 밝힌 한 시민은 "저 같은 무기계약직 정규직은 직급 승진조차 없이 박봉에 험한 업무를 한다"며 "이번 스크린도어 기술안전업무도 저 같은 무기계약직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무기계약직으로 10년을 일해야 서울메트로 9호봉의 돈을 받을 수 있다며 발언으르 마쳤다.이 밖에도 빠름을 강조하는 문화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에 사는 시민 윤모씨는 "우리는 지하철이 빨리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을 원한다"며 "이러한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 역시 "배차시간을 못 지키면 바로 징계를 받는다"며 "이젠 빠름보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문화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번 토론회를 통해 김군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서울 탈바꿈의 모멘텀으로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다른 어떤 도시보다 안전한 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토론을 끝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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