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재계 5위' 롯데의 멈춰버린 경영시계

M&A 불발되고 호텔롯데 상장 무산 가능성월드타워 완공 및 운영도 어려울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구속, 압수수색, M&A 불발, 상장 연기…'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롯데그룹의 경영시계가 멈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도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원 롯데' 실현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 숙원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굵직한 사업이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롯데가 재계 5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인 대규모 인수·합병(M&A)마저 불발되며 여파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3000억원 이상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동빈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도 포함됐다. 사태가 확산되며 당장 대규모 M&A가 엎어졌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Axiall Corporation)사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액시올사 인수는 롯데케미칼이 세계적인 화학사로 성장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액시올사 인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롯데는 검찰 수사 등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을 고려해 결국 인수를 철회하기로 했다.신동빈 회장이 '투명 경영'의 신호탄으로 내세운 호텔롯데의 상장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호텔롯데는 내달 6~7일 공모주 수요 예측, 같은달 12~13일 공모주 청약 접수를 통해 내달 21일 코스피 입성할 계획이었다. 당초 상장 예정일은 이달 29일이었지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대상으로 수십억원대 압점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 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이 늦춰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계열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최악의 경우 상장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됐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호텔롯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만약 혐의가 드러날 경우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이던 면세점도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 특허 획득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실상 사업과 무관한 오너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사업권을 잃은 월드타워점은, 신영자 이사장의 로비 의혹을 비롯해 그룹 전체가 비자금 의혹에 휩싸이며 여론악화를 또 다시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월드타워점은 당장 이달 말 폐점한다. 월드타워점의 총 책임자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의 구속도 초대형 악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11일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했다. 노병용 대표는 1979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38년간 백화점, 마트, 건설 사업을 맡아 키워 온 '롯데맨'이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는 롯데물산 대표로 부임해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업을 총괄했다. 노 대표는 롯데물산 뿐 아니라 그룹에서도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룹을 이끄는 '2인자' 롯데정책본부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과 함께 롯데그룹을 이끄는 1세대 롯데맨으로도 항상 꼽혀왔다. 지난해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면세 특허 재획득을 위해 직접 나서서 기자들에게 현장을 안내할 만큼 그룹 사업 전반을 두루 살펴왔던 인물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구속, 압수수색 등 악재가 터지다 보니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면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 대책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현재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참석 중이며 전화로 현재의 압수수색 등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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