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세계의 연인 닥터 지바고는 왜 노벨상 거부했나

타계 56년 파스테르나크이 겪은 조국과 문학의 갈등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다." 1958년 스웨덴 한림원이 받은 당황스러운 연락노벨상 제정 이래 첫 수상 거부주인공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였습니다.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 파스테르나크는 2년 뒤인 1960년 5월 30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왜 노벨상을 받지 않았을까요,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가 타계한 지 56년이 되는 오늘 닥터 지바고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닥터 지바고'는 시인이었던 파스테르나크가 쓴 유일한 장편소설입니다. 주인공 유리 지바고가 러시아 혁명 등을 거치며 겪는 방황과 혼란을 그리고 있죠. 광활하고 아름다운 러시아의 자연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유리와 라라의 가슴 아프고 애틋한 사랑. 영화로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닥터 지바고'가 처음 출판된 곳은 파스테르나크가 살던 소련이 아닌 이탈리아였습니다. 혁명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당시 소련에서 출판이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조국에선 금지됐지만 전쟁과 혁명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소설은 18개국에 번역 출판됐고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하지만 혁명의 잔혹함과 자국의 사회상을 담은 이 소설로 그는 소련작가동맹에서 제명됐고 정부도 그를 추방 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스테르나크는 결국 '조국을 떠나는 것은 내게 죽음과 같다'고 탄원서를 썼습니다. 추방을 면하기 위해 노벨상도 포기해야 했습니다.그가 조국을 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이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닥터 지바고였기 때문입니다. 여주인공 라라도 실제 그의 연인이었던 올가 이빈스카야를 모델로 했죠. 그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을 껴안았습니다.노벨상을 거절한 파스테르나크는 이후 번역 작업을 주로 하다 1960년 5월 30일 암으로 숨졌습니다. 그가 그토록 떠나지 않으려고 했던 조국에서 '닥터 지바고'가 출판된 것은 27년이 지난 1987년이었습니다.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동경, 이념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삶과 자유. 그가 '닥터 지바고'를 통해 표현한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한림원도 그의 노벨상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상식을 보류했고, 1989년 그의 아들이 노벨상을 대신 받았습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룸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디지털뉴스룸 이경희 modaki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