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의 기습]지갑 비어가는데 무섭게 오르는 생활물가

장바구니 물가 급등 이어 기름값도 인상 추세장기적 소비 위축 불러오는 가계부채 고공행진임금 증가없는 경제성장…개인 조세부담 늘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저물가 시대에 역설적으로 '물가의 공습'이 시작됐다.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비용 상승을 가격에 전가하는 '코스트 인플레이션(Cost Inflation)'이 급속히 진행중이다.서민들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드는게 문제다. 소비 심리 위축은 한국 경제에 위험요인으로 꼽힌다.가장 먼저 신선식품이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에 불과했지만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9.6% 상승했다. 양파 마늘처럼 수급불안으로 가격이 급등했다.가공식품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면이나 제과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며, 지난해 가격인상을 단행한 소주에 이어 맥주도 조만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먹을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1년 넘게 이어진 저유가도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기름값도 들썩이고 있다. 이달들어 국내 휘발유 값은 4개월 만에 ℓ당 1400원대에 진입했다.경유도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최근 가격 인상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서민 부담은 늘어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석유수출국기구(OPEC)도 내달 2일 총회를 열고 산유량 동결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기름값은 당분간 변수가 클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다른 달러강세가 겹쳐지면 가격상승압력은 더 커진다.

4월 소비자물가동향(자료:통계청)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은행들도 수수료 인상에 돌입했다. 지난달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외화 송금 수수료와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타행 송금 수수료를 100∼200원 가량 올렸다. 금액은 작다 해도 서민 호주머니를 축내는 것은 매한가지다.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1% 오르면서 11주 연속 상승 중이다. 일부 지방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 등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상승세가 예상된다. 전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가계부채는 작년말 12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에 육박했지만, 가계부에는 하루가 다르게 빚이 늘고 있다.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가파른 증가속도를 보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OECD 국가 가운데 9위 수준이다..

기업·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율

막대한 빚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개인의 조세부담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이후 지난 19년간 가계소득은 152% 늘어난 반면, 소득세는 308%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세수 증가 효과를 불러온 담배 가격 인상도 서민 생활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가계부채와 직결되는 금리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으로 낮추면서 금리 인하를 제안했지만, 미국이 오는 6월 금리인상을 할 것이란 예상이 확산되고 있어 금리 인하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특히 한국은 오랜 기간 근로자의 임금은 오르지 않는 경제성장을 해오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1.3%로, 5년 평균 경제성장률 2.9% 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제가 성장했지만 근로자 소득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문제는 기대수명 증가로 소비를 줄여 앞으로 내수가 더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KDI에 따르면 2003년 평균소비성향이 77.9%에서 2015년 71.9%로 하락한 반면 기대수명은 2003년 77세에서 2014년 82세로 늘었다. 최악의 경우 '생활물가 상승→소비 위축(저축증대)→생산 감소→고용 감소'라는 악순환 사이클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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