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로 SPC 설립 후 후순위채권 등 매입법 개정 필요없고 한은 손실 최소화 장점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4일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 킥오프(kick-off)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얼개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내려오면 미묘한 입장 차이로 정리돼야 하는 부분들이 산적해 있다.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구조조정에 따른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2009년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한국은행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IBK기업은행에 대출을 해주면 이를 토대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SPC는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국책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이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등을 매입,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당초 논의됐던 한은의 직접 출자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손실 최소화'를 원하는 한은의 대출-보증 방식도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시했던 '은행자본확충펀드'를 본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산업은행이 기업은행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다만 아직까지 공백인 부분도 있다. 신보가 보증을 제공하기 위한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와 추가 보증 제공을 위한 자금 확보 부분이다.당시 한은은 신보 보증을 위해 4300억원을 출연하며 지원했지만 현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 문제는 구조조정에 앞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지금의 상황은 긴급 금융안정이 필요했던 2009년과도 다르다는 점이다.
2008년 은행자본확충 펀드 구조(자료:금융위원회)
그동안 정부도 한은 대출을 최종적으로 이용하는 대상이 국책은행이기에 보증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만큼, 추가적인 신보 지원에 나설지 미지수다. 한은 역시 아직까지 직접 지원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펀드 운영 기간이나 회수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한은은 조기회수를 위해 펀드를 1년 이내로 단기간 운영하고 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펀드의 규모와 효과도 명확하게 해소돼야 할 부분이다. 앞서 은행자본확충펀드는 한은 대출 10조원과 산은 2조원 등으로 약 20조원을 조성했지만 실집행액은 4조원에 그쳤다. 당시는 다만 다양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펀드 신청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었다.그러나 최근 해운, 조선 등 구조조정 규모조차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국책은행의 펀드 활용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등 5개사의 여신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경우 수출입은행이 확충해야 하는 자본 규모만 3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수은은 현행법상 코코본드 발행도 불가능해 은행업 감독규정을 바꿔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구조조정 규모가 5조원 이상 늘어날 경우 정부가 산은과 수출입은행에 직접 공기업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안도 또 하나의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19일 열린 자본확충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와 정부의 직접출자를 병행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의 틀이 잡힌 것도 이러한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2조원에 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이나 한국전력,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등을 직접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전해진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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