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을 긴또깡?... 지민과 설현 '역사퀴즈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위인 얼굴 몰라본 아이돌, 욕할 일일까요 아닐까요

[아시아경제 권성회 수습기자]지난 3일 방송된 온스타일 ‘채널AOA’가 화제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걸그룹 AOA의 지민과 설현의 퀴즈 실력 때문이다. 이들은 여러 인물들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알아맞히는 퀴즈에 참여했다. 지민과 설현은 이순신, 신사임당, 김구 등 역사 인물뿐 아니라 반기문 UN 사무총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현대 인물까지 빠르게 답을 맞혀갔다. 문제가 된 장면은 다음에 나왔다. 지민이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안창호 선생님”이라 말하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제작진은 “이토 히로부미”라며 힌트를 줬다.

(사진=온스타일 채널AOA 방송화면 캡처)

여기서 지민은 “긴또깡?”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긴또깡’은 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으로 드라마 ‘야인시대’가 방영될 때 유행했던 대사 중 하나였다. 결국 지민과 설현은 검색을 한 뒤에야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적어낼 수 있었다.해당 장면은 곧바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졌고, 출연자들은 네티즌들의 혹독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방송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비평하는 코너가 전파를 탔다.네티즌들은 ‘기본적인 역사도 모르나’거나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방영된 ‘1박2일’에서 안중근의 아명, 생일 등을 정확히 맞힌 김종민의 모습과 대비시키기도 했다.

(사진=KBS 1박2일 방송화면 캡처)

반면 이들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상식이 부족하면 스스로 부끄러워 할 일이지 타인이 나서서 무시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역사인물의 업적이 중요하지 얼굴이 중요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퀴즈에 도전하고, 틀리고, 비판받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상식이 없다’ ‘기본이 안 돼 있다’등의 쓴소리를 내놓는다. 심지어 ‘연예인 준비하느라 학교도 잘 안 다녔나보다’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한다. 반대로 퀴즈를 척척 맞히거나 지식이 풍부한 연예인에 대해선 ‘개념 연예인’이라며 칭송한다.그러나 ‘지식 수준’으로 한 사람을 평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학력과 인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 사람의 지식 수준이 인간성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물론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라는 건 존재한다. 특히 외세의 침탈을 겪은 근현대사에 대한 몰이해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의무 교육을 받는 등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상식’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어떻게 될까. 국어사전에서 상식을 찾아보면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고 풀이돼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다. 저마다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이 남들에게는 ‘몰라도 되는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회자되는 게시물 중엔 ‘관우와 상식’에 관한 글이 있다. 요약하면 한 네티즌이 ‘여자친구가 중국 삼국시대 인물 관우를 모르는데, 무식해서 어쩌나’라는 글을 중국 사이트에 올렸는데 그에 대한 답변은 ‘사람한테 무식하다고 할 수 없다’였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의 지식의 범위는 다르다’ ‘관우를 모르는 게 어때서?’ ‘먼저 아는 것과 나중에 아는 것의 차이일 뿐’과 같은 답변도 달렸다. 이렇듯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안중근은 독립운동가’가 상식으로 여긴다면 또 다른 사람은 ‘안중근은 독립운동가이며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까지 아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네티즌은 ‘모른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지하다고 폄하할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하면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세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모르는 것보다 ‘왜 모르냐’며 ‘악플’을 다는 게 더 ‘몰상식’한 행동인 건 아닐까.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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