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의 휴먼 피치] 월드컵, 다함께 차차차 붐

축구 행정은 멀리하던 그가 달라졌다…차범근 U20 조직위 부위원장 선임, 행정가 첫발

U-20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차범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한국 축구의 영원한 전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63)이 행정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차 전 감독은 지난 14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됐다. 18일 조직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해 활동을 시작한다. 차범근 전 감독은 그동안 선수(1976~1989년), 감독(1990~2010년), 해설위원(2006년~), 축구교실 이사장(1990년~) 등 현장에서만 일했다. 평소 행정 쪽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U-20 월드컵은 달랐다. 그는 평소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한국 축구 다른 영역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왔다. U-20월드컵 조직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영역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대한축구협회와 조직위는 차범근 전 감독을 오랫동안 원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54)은 2013년 1월 28일 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큰 행사 때마다 차 전 감독을 초청해 유소년 축구계에 핵심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3년 12월 6일 U-20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뒤 부위원장이 되어달라는 내용으로 구체화됐다. 지난 3월 7일 조직위가 공식 출범하고 정몽규 회장이 위원장이 되면서 접촉은 더 많아졌다. 전화는 물론 직접 만나 설득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U-20월드컵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라는 점에 동의했고 축구 발전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힘을 보태기 위해 부위원장직 제의를 수락했다.

차범근 전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조직위는 '차범근 효과'를 기대한다. 조직위는 지난해 9월 10일 FIFA로부터 받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회 시설, 경기 등 파트별로 대회 운영에 필요한 부분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외적인 홍보는 부족했다. 차범근 부위원장이 부임하면 확 달라질 것이다. 독일과 유럽을 포함해 세계 축구계에 폭넓은 그의 인맥을 활용해 대회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사실 차범근 부위원장의 행정 참여는 벌써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었다. 그는 프랑스의 미셸 플라티니(61)나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71)가 자국 축구를 대표하듯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와 비견할 만한 지명도와 영향력을 가진 한국 축구인은 찾기 어렵다. 현장에 대한 집착과 정열, 선수와 제자에 대한 몰입은 그로 하여금 행정직을 꺼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축구에 새롭게 기여함은 물론 국제적인 활동의 영역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용철 조직위 홍보마케팅실장(51)은 "차범근 부위원장이 총회,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참석해 역할을 하시면 대외적으로 홍보가 많이 될 것"이라면서 "워낙에 축구인으로서 많은 일들을 하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차범근 부위원장은 조용히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그가 새로 장만한 휴대전화기도 준비 가운데 일부이다. 차 부위원장의 부인 오은미씨(60)는 "월드컵은 큰 대회여서 우리 축구를 위해 돕고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하시게 된 걸로 안다"면서 "(차 부위원장이)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 안에 있는 지하 공간에서 보내신다. 서재나 운동시설 등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전화기가 잘 안 터졌다. 이제는 그곳에서 전화를 하거나 받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 (휴대전화기를) 새로 장만했다. 유선전화기도 들여다 놓을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차범근 부위원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행정에 뛰어들지도 관심이다. 최근 축구 선수 출신 행정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환경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로는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70), 같은 세대로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61), 후배로는 박지성(35) JS파운데이션 이사장 등이 있다. 열성 팬들은 차 부위원장을 일컬어 “일찌감치 축구협회 회장을 했어야 할 분”이라고 해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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