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용역업체 통해 올 단기 계약직 채용 공고 급여 수준 외항사 보다 낮아…비행경력 채우기 '훈련항공사' 인식도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 소속 외국인 조종사 79명이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전년 57명 수준이던 퇴직자 수가 지난해에는 4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연간 퇴직자 수 기준으로 최근 6년래 최대치다. 대한항공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1일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 소속 외국인 조종사 475명 중 79명이 지난해 짐을 쌌다. 전체 외국인 조종사의 17%가 작년 한해 회사를 떠난 것이다. 대한항공 소속 외국인 조종사의 이직률은 아시아나항공(10%) 보다 7%포인트나 높았다. 이를 두고 내국인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외국계 에이전시에 소속된 조종사들을 파견받는 형식으로 조종사 수요를 채우고 있다. 이렇게 공급받는 외국인 기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43명으로, 전체 기장의 4분의 1(23%)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최근 외국계 파견업체 R사를 통해 5년 단기 계약직 외국인 조종사 채용에 나섰다. 정확한 채용 인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인력 유출이 적지 않았던 만큼 대규모 채용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R사는 대한항공을 대신해 이달부터 10월까지 지원서 접수를 받아 오는 6월부터 연말까지 채용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급여 등 대한항공이 내건 조건은 내국인 조종사와 비교하면 우수하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B777을 모는 비행시간 7000시간 이상의 외국인 기장을 채용하는데 매월 세후기준 1만2894달러를 급여로 제시했다. 현재 환율(약 1150원)로 계산했을 때 연봉이 세후 1억8000만원 수준이다. 급여 외에 파견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까지 계산하면 외국인 기장 한 명을 사용하는데 지급하는 돈은 2억원 안팎이다. 반면 비슷한 비행경력의 내국인 기장 연봉은 세후기준 1억4400만원 수준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조종사들에게는 숙소로 인천의 하얏트호텔을 제공하고 휴가도 한달에 9일, 이동시간까지 고려해 한달에 최장 12일까지 쉬게 해준다. 가족들을 만나러 갈 때는 비즈니스 등급의 좌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한달 뒤 출발하는 대한항공 인천~샌디에이고 노선 기준 적게 잡아도 왕복 601만원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이같은 대우는 다른 항공사와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조종사를 스카우트하는 다른 대형 항공사에 비하면 대한항공의 스카우트 비용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임금 100%를 지급하며 2년의 휴가기간을 보장하는 '비행휴 제도'나 고등학교ㆍ대학교 자녀학자금 지급 혜택이 내국인 조종사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국인 조종사와 외국인 조종사간 대우는 생각만큼 격차가 크지 않다. 문제는 '먹튀 리스크'다. 고액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된 외국인 조종사들이 필요한 비행경력을 채우면 외국항공사로 떠나버린다. 대한항공을 비행경력을 쌓기 위한 '훈련항공사'로 이용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소속 A기장은 "외국인 기장이 받는 연봉은 내국인 기장에 비해 높을 뿐이지 전세계 주요 항공사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그래서 좀 더 좋은 조건이 있으면 곧바로 이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B기장은 "비행경력이 많지 않은 외국인 조종사들이 국내에서 비행경력을 채운 뒤 다른 항공사로 떠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며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사에 비해 2~3배의 임금액을 제시하며 경쟁적으로 조종사를 스카우트해 간 것도 지난해 인력이 대거 이탈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국인 조종사의 근속연수는 평균 7년이며, 지난해 외국인 조종사 이직률 증가 원인은 일본항공 임대조종사 27명의 계약 만료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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