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달러 약세 흐름이 장기화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약달러는 세계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급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반등했고 덕분에 세계 주식시장도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축통화의 약세로 다른 국가의 통화들이 강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약달러는 일본과 유럽 국가들이 취한 부양조치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달러당 125엔선을 웃돌았던 달러·엔 환율이 5일(현지시간) 달러당 110엔선을 깨고 내려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110엔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일본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가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일본은행(BOJ·일본 중앙은행)은 가파른 엔고 흐름이 진행됨에 따라 추가 대응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블룸버그는 엔화 약세로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BOJ의 노력이 위험에 처했다며 BOJ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장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계속해서 외환시장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1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월스트리트저널 달러 지수는 올해 1분기에 4% 하락했다. 분기 하락률로는 2010년 이후 가장 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후퇴하면서 달러가 예상 밖의 급락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약달러 여파로 지난달 주요 아시아 통화는 대부분 3% 이상 크게 오르기도 했다. 특히 한국의 원화와 말레이시아의 링깃화는 각각 8.2%, 7.8% 급등했다. 약달러는 유럽 국가들의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의 토마스 요르단 총재는 지난 4일 금융 컨퍼런스에서 자국의 프랑화가 여진히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다며 SNB가 더 통화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만 해도 달러당 1.02스위스프랑을 기록했던 스위스프랑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0.95스위스프랑까지 떨어졌다. 스위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5%의 기준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향후 달러 추가 하락 여부와 관련해서는 다음주에 있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차 총회를 앞두고 IMF는 세계 경기전망 보고서를 공개하는데 보고서에서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에서 세계 경기 전망이 지난 6개월간 더 약해졌다고 말했다. 불안해진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면 달러가 반등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달러 약세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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