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현대證 인수]발표 연기·선정기준 변경…온갖 억측도 난무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현대증권 인수전이 KB금융의 승리로 끝났지만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수차례 연기되면서 구구한 억측들이 난무한 데다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가 써낸 가격 차가 워낙 미세했기 때문이다.  1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1조원대 후반 가격을 제시해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금융지주도 1조원을 훌쩍 넘는 가격을 써냈지만 미세한 차이로 탈락했다. 일각에서는 차이가 100억원 내외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미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제시한 인수 가격 차이가 워낙 미세하다 보니 채권단과 현대그룹, 매각 주간사인 EY한영 측은 지난달 25일 입찰을 마감하고도 우선협상대상자를 바로 선정하지 못했다.  이후 채권단 등은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측에 현금 유입의 신속성 등 비가격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모두 강한 인수 의지를 꺾지 않아 결국 최종 가격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이 비슷한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가격→비가격→ 가격'으로 선정 기준이 바뀐 셈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이 녹록지 않았던 만큼 안팎의 잡음도 만만치 않았다. 당초 3월11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예비입찰자들의 실사 일정이 일주일 후인 18일까지 연장되는가 하면 본입찰 마감 역시 24일에서 25일로 미뤄지기도 했다. 더욱이 28일로 예정됐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일자는 29일, 30일에 이어 4월1일까지 3차례나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 측은 "일반적인 대형 인수합병(M&A) 과정으로 보기에는 허술하고 불투명하다"는 불만을 토로했고 주간사인 EY한영은 "일정과 관련한 어떤 것도 공식적으로 전달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매매 당사자들의 공식적인 해명이 없는 가운데 억측도 난무했다. 업계는 당초 이번 현대증권 인수 경쟁이 사실상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낙찰가를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한 일본계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가 제시했던 65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출현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혼란의 중심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가 있었다. 지난달 29일 액티스가 NH투자증권과 2000억원대 자금지원확약서(LOC)를 체결하는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현대증권의 예상 몸값은 순식간에 약 1조원으로 뛰었다. 이때부터 액티스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후 채권단, 현대그룹, EY한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를 원점으로 돌려 비가격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은 이를 일반적인 경쟁 입찰 방식인 최고가 낙찰제를 사실상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응찰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어 평가해야 할 비가격적 요소가 많아 최종 발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현대그룹과 주간사의 해명이 나온 시기도 이때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난달 30일과 31일에는 심사를 둘러싼 소문이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소문은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한 오릭스PE의 사례를 감안해 액티스는 처음부터 배제됐다는 설부터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KB금융지주를 낙점하기 위해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는 설, 한국금융지주가 그간 수차례 M&A에 실패한 KB금융을 안이하게 평가했다는 설까지 다양했다.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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