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신도시에 넘쳐나는 동아리…천왕동에 무슨 일?

구로구, 7호선 천왕역에 10억원 들여 주민커뮤니티 공간 조성...2010년 이후 아파트 대거 건설된 신도시...주민 동아리 33개 6000여명 활발히 활동...

7호선 천왕역 주민커뮤니티 공간 조성 예정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 구로구 천왕동이 주민커뮤니티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곳은 서울 변두리의 한적한 그린벨트 지역이었다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 젊은 부부와 예술가들이 몰려들면서 어느 곳보다도 취미 동아리 등 주민들의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변신했다. 이에 구로구가 지하철 7호선 천왕역에 대규모 주민커뮤니티 공간 조성에 나섰다. 19일 구로구 및 주민들에 따르면, 천왕동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과 경기도 부천시ㆍ광명시의 경계에 위치한 한적한 그린벨트 지역이었다. 2010년 주민수가 177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지난 2011년 입주가 시작되면서 '마을'이 조성됐다. 더군다나 20년 장기 전세나 39년 국민임대 등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이 주로 거주한다. 현재 6300가구가 새로 이사를 와 주민 수가 최근 1만5000여명 대로 늘었다. 특이한 것은 삭박한 신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부부와 예술인들의 사회 활동이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다는 것이다. 구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33개 주민 모임에서 6000여명이 각종 취미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입주 초기에 대중교통 수단이나 복지시설, 보육시설, 행정시설 등이 부족한 신도시의 특징이 오히려 주민들 간의 온오프라인상의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게 된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2012년 한 교회가 내준 공간에 '천왕 사랑의카페 문화센터'이 들어선 후 작은 활동 공간이 보장되자 더욱 더 적극적으로 마을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종류 별로는 작은 규모의 도서관들이 가장 많다. 꿈꾸는 언덕도서관, 참새소풍도서관, 둘레길 도서관 등 10개 안팎의 도서관들이 100~200여명의 회원 규모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는 '090천사모'라는 단체도 있다. 이 단체의 이름은 '0세에서 90살까지'라는 뜻이다. 주로 둘레길 등 공동체 사용 공간의 청소를 맡아서 하고 있다. 이밖에 풍물패(천왕풍물단), 미술치료배우기 동호회(미술로치료하는 천왕루하마), 합창단(구로클로버합창단), 공동육아ㆍ층간소음 해결 모임(육층사람들), 생활협동조합(천왕동 생협모임)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카리나를 배우는 숲와리나, 어린이 축구 모임인 천왕어린이FC, 기타 동아리, 마을잡지모임(천왕마을잡지) 등도 있다. 이러자 구로구청도 지원에 나섰다. 구는 마침 7호선 천왕역사 내 유휴공간이 있는 것을 알고 서울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과 협의를 한 끝에 주민 커뮤니티들의 활동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국회 이인영 의원실 등의 지원을 받아 시비 10억원을 따내 900㎡의 공간에 주민커뮤니티 공간 및 예술창작소를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작업이 진행 중이고, 다음달 중 착공해 오는 9월까지 공간 조성 작업을 마무리해 개관할 예정이다. 박승준 천왕마을연합회 고문은 "신도시라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여러가지 편의 시설이나 행정적 지원이 부족했는데, 주민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이를 해결하다 보니 어느새 동아리들이 많아졌다"며 "우리끼리 실컷 떠들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서 동아리들이 앞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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