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주가 단기 상승에도 경제 불안감 탈출 쉽지 않을 듯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글로벌 경제가 예상된 경로를 벗어나며 암운에 빠지고 있는 조짐이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가 반등한 영향으로 15일 국내증시도 상승반전했지만 큰 흐름에서는 경기침체 순환주기, 소위 '둠 사이클(Doom Cycle)'을 헤쳐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일각에서는 실물경기 침체에 이은 제2 금융위기설의 방아쇠(trigger)를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인상으로 본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선택은 당시 경제환경적인 면에서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단, 시기적으로는 불운에 가까웠다.
현재 전 세계를 집어삼킬 기세인 둠 사이클의 원흉은 '초저유가 발작(Oil bust tantrum)'이다.옐런 의장은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7년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는 연준의 양대 임무인 고용창출과 물가안정에 충실했다. 당시 미국 실업률은 5%로 완전고용에 가까웠고 물가 역시 2.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미국 실업률이 4.7%로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은 2.4%를 기록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또 수개월전부터 금리인상은 예고됐었기 때문에 금리인상 당일 뉴욕증시는 일제히 1%대의 상승률을 보였다.문제는 금리인상이 국제유가 급락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유가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는 중이던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경제ㆍ금융 제재가 해제됐다. 금리인상 후 딱 1개월 만이다. 연초만 해도 배럴당 30달러대 중반이었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월 20일 26달러대로 급락했다. 이란의 원유 증산이 국제석유시장을 뒤흔들며 초저유가 우려를 증폭시킨 것이다. 지난 주말 WTI가격이 12.3%나 급등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29.44달러에 불과하다.초저유가 지속으로 세계경제의 큰 손 역할을 하던 산유국들 자금이 말라가자 세계 경제의 발작강도가 높아졌다. 시티은행은 과거 고유가 시기에 축적했던 산유국의 6조 달러에 달하는 '오일 머니'가 신흥시장의 자산 가격 형성에 큰 기여를 했지만 최근 원유가격 폭락으로 더 이상 이런 선순환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10월에만 1조8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산유국들이 주가하락을 주도하는 형국이다.초저유가 발작은 실물과 금융 두 부문에 나눠 진행되며 복합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실물경제에서는 '저물가→저성장→수요축소→생산감소→고용긴축→소비감소→저물가'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 중이다.더 큰 문제는 전 세계를 '금융위기' 트라우마에 다시 빠지게 했다는 점이다.초저유가는 최근까지 달러강세를 유발했다. 달러강세는 신흥국 자금이탈로 이어졌고 특히 세계경제 2위인 중국에서는 경기둔화와 겹쳐 자본유출 우려가 커졌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이 위안화 약세를 전망하자 세계 헤지펀드들이 중국과 홍콩에 위안화약세에 베팅을 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은 금융위기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이미 1997년 동남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트라우마로 경제심리는 다시 금(金)으로 대표되는 안전자산선호로 돌아섰다.한 발 더 나아가 수요부족을 타계하겠다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은 예상과 달리 금융위기 우려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산유국들이 급격히 달러를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빼고 있는 가운데 은행주가 타깃이 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소비촉진이나 대출확대를 유발하지 못하는 형국에서 은행들의 수익성만 악화시킬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도이체 방크의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21억유로를 기록하며 연간으로 68억 유로 순손실로 돌아섰고 이외 스페인 산탄데르,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등 남유럽 은행들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또 저유가에 따른 에너지기업들의 부실자산 확대 우려도 크다.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세계경제침체를 끓을 키(key)는 두 가지다. 국제유가 안정이 우선이다. 또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들이 마이너스금리를 비롯해 통화전쟁을 유발하지 않으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글로벌 정책공조도 절실하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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